최근 동국제강의 물류계열사 인터지스에 소폭의 지분 변동이 있었습니다. 동국제강의 최대주주인 장세주 회장의 막내아들인 장승익씨(25세)가 보유 중인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인데요. 주식 수 자체가 많지 않은 소규모 거래지만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국제강도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유독 장 회장의 막내아들만 '승계 종잣돈'과 같은 인터지스 지분을 팔아서입니다.
지난 4월30일 장승익씨는 보유 중인 인터지스 주식 21만9846주를 장내매도했습니다. 주당 매도가는 5024원으로, 11억원어치죠. 3일 뒤 장씨는 나머지 주식 30만주도 주당 5161원에 팝니다. 15억원 규모로, 두 번의 거래를 통해 26억5281만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가 보유한 인터지스 주식 51만9846주(1.75%)를 모두 판 것이죠.
인터지스는 항만하역, 육상운송, 해상운송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물류회사입니다. 동국제강이 인터지스 지분 48.34%를 보유한 최대주주죠. 지난 1분기 인터지스 매출(1220억원) 중 절반 이상인 664억원이 동국제강과 계열사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높습니다.
장승익씨가 인터지스 지분을 취득한 때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당시 설립된 물류회사 디케이에스앤드 지분 15%를 보유한 주주로 이름을 올렸죠. 동국제강의 지원을 받은 디케이에스앤드가 성장하는 동안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커지자, 2012년 디케이에스앤드와 인터지스는 합병합니다. 합병 뒤 장승익씨가 보유한 디케이에스앤드 주식은 인터지스로 바뀌게 된 것이죠.
장승익씨 입장에선 어릴 적 받은 종잣돈 같은 주식을 15년 만에 팔게 된 것입니다. 반면 2006년 디케이에스앤드 주주로 같이 이름을 올렸던 모친과 15살 나이가 많은 큰형 장선익 상무는 인터지스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촌인 장훈익씨, 장효진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인터지스 지분을 개인별로 51만9846주(1.75%)씩 공평하게 갖고 있죠. 오너 일가중 유일하게 장승익씨만 이번에 인터지스 지분을 판 것입니다.
장승익씨는 왜 지분을 팔았을까요. 개인적인 거래인 만큼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동국제강이 서서히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그 배경에 더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 3월 기준 동국제강의 지배구조를 보면 장세주 회장이 지분 13.94%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입니다. 그의 동생 장세욱 부회장은 9.43%의 지분을 갖고 있죠. 장 회장의 나이는 69세로 승계를 준비할 때가 된 것이죠.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승계자는 장 회장의 장남 장선익 상무입니다. 올해 40살인 그는 4세대 경영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 상무는 2007년 동국제강에 입사해 전략실 비전팀장, 경영전략팀장 등을 거쳐 현재 인천공장 생산담당을 맡으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죠. 2016년 이사, 2020년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형제의 나이 차는 15살이 나지만 보유 지분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습니다. 동국제강 지분을 보면 장 상무 0.83%(79만0703주), 장승익 씨가 0.27%(26만0570주)입니다. 인터지스 지분은 형제가 똑같이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동생이 지분을 모두 팔아버린 것입니다.
후계 구도에는 변수도 있습니다. 장세욱 부회장과 승계 '가르마'를 어떻게 탈지입니다. 장 부회장이 동국제강 지분 9.43%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자녀인 장훈익씨와 장효진씨도 각각 동국제강 지분 0.15%(14만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3세대 형제 경영의 막이 내린 뒤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쉽게 예상하기 쉽지 않은 것이죠.
여느 기업의 승계 과정을 보면 오너 가의 작은 규모의 지분 거래가 승계 착수의 신호탄이 되기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동국제강 오너가에서 진행된 인터지스 지분 거래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함께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