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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워치]KAI 안현호 '방산적폐' 딱지 떼낼까 

  • 2021.07.13(화) 09:50

수주·경쟁력 확대 임무 받았지만 성과 부진
우주산업, UAM 민간협력 '청사진' 제시
뜻밖 '북한 해킹' 수리온 사고 수습도 숙제

일론 머스크가 민간 우주시대를 열었다. (중략) 우주사업의 부가가치를 민간 주도로 보여줬고 타임 스팬(소요시간)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흥분할 필요는 없지만 우주로부터 얻는 이익이 큰 만큼 차분히 준비하고 투자해야 한다.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장은 지난 4월 연 기자간담회에서 우주산업 전략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차분했지만 KAI가 우리나라 민간 우주산업 맨 앞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한번 더 못 박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이 종료된 뒤 지난 6월 열린 국가우주위원회에서다. 그는 "KAI는 2030년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체계종합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다시 강조했다. 

국내 유일 완제기 제조업체 KAI가 변화무쌍한 미래를 내보이고 있다. '안현호호(號)' KAI의 큰 그림은 한국판 '스페이스X'일까? 최근 변화의 진의를 파악하려면 안 사장과 카이를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사업 경쟁력 키워야 하는데…'곧 3년차' 

안현호 사장은 지난 2019년 9월 KAI를 지휘하는 사령탑에 앉았다. 이 여름이 지나면 임기 마지막 해인 3년차를 맞는다. 지식경제부 차관을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의 안 사장은 당시 긴급 투입됐다. 전임 김조원 사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다. KAI로서는 갑작스러운 수장 교체였지만 핵심적인 인사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전임 김 사장은 분식회계 등으로 얼룩진 KAI의 과거를 지우고 사업을 정상화하는 게 가장 큰 임무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안 사장 역시 관료 출신이지만 결이 다른 '산업통'이다. 국내 유일 항공우주 제조업체인 KAI의 사업 경쟁력을 키워내고 새 먹거리를 찾아내는 게 그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관련기사: '스무살 KAI' 안현호 사장 "모든 역량 수주집중"(2019년 9월27일)

KAI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기 사업부문을 따로 추려 통합해 출범했다. 국내 항공분야 방위산업 물량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경영진이 비리·분식혐의에 휘말리고 수주 정체, 납품 헬기 사고 등까지 겹치며 경영 위기를 맞았다. 부정이 만연하고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방산적폐' 이미지를 아직 완전히 떼지 못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안 사장이 취임 직후 "지속 성장이 가능토록 튼튼한 KAI로 거듭나야 한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수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의 취임 뒤인 작년 역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타격을 입어 실적이 신통치 못했다. 매출은 2조8321억원, 영업이익은 1420억원, 순이익은 71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9%, 48%, 58% 줄었다. 

변화의 청사진 '우주산업 그리고 UAM'

안 사장으로서는 KAI 안팎에 변화의 성과를 보여줄,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청사진이 우주산업이다. KAI는 최근 들어 무인기, 위성 및 발사체 등의 신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 사업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지난 4월 안 사장의 첫 간담회 때 구체적인 추진 내용을 꽤 드러냈다.

그는 "중대형 위성은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개발하며 기술이전을 받고 있고 수출산업화를 추진 중으로 동남아 시장은 수요가 많고 시장이 크다. 또 초소형위성 시장 진입도 카이스트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위성 제조뿐만 아니라 지상기지국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M&A(인수합병)나 전략적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8월께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KAI가 세계 항공우주시장에서 후발주자이고 아직 내부적 사업 비중은 작지만 4차산업으로의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손에 닿을 법한 미래사업으로 꺼내든 것이다.

지난 4월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KAI 안현호 사장/사진=KAI 제공

KAI는 오는 2025년 5조원대를 거쳐 2030년에는 매출 10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중 5조원은 미래사업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도심형에어모빌리티(UAM) 6000억원 △위성·우주 발사체 6000억원 △항공방산전자 5000억원 △유·무인 복합체계 4000억원△시뮬레이터 등 5000억원 △M&A 통한 신규 매출 4000억원 등이다.

안 사장은 간담회에서 "국내 다수 기업이 UAM 시장 진입을 선언했지만 이미 진입한 곳은 KAI뿐"이라며 "국내 유수의 기업과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고 일정 시점이 되면 발표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AI는 2025년까지 UAM 기술 관련 핵심기술을 추가 확보해 2029년까지 자체 실증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수출·수주가 동력 확보 '관건' 

당장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 1분기에도 KAI의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매출은 6117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26.1% 줄었고 영업익과 순이익은 각 84억원과 11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7.3%, 85%나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완제기 수출과 기체부품 납품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적으로 잡은 올해 연간목표(가이던스)를 맞출 수준은 된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한화투자증권은 "KAI의 연간 목표 매출은 2조8261억원으로 사업분야별 1분기 매출액의 연간 달성률은 국내 21%, 완제기수출 24.7%, 기체부품 21.7%를 기록했고 전사 기준으로도 21.6%"라며 "방위산업의 특성상 매출이 하반기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이던스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안 사장이 실질적으로 주력하는 관건은 수주, 특히 해외 수출이다. 작년의 성과는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사업부별로 △국내사업 2조3261억원 △완제기 수출 295억원 △기체부품 1조9952억원 등 총 4조3508억원이었다. 이는 작년 목표(4조2061억원)를 넘어서는 것이고, 재작년 수주실적(1조4775억원)에 비해서는 3배에 가까운 것(194% 증가)이다. 

안현호 KAI 사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해는 △국내사업 9858억원 △완제기 수출 1조1795억원 △기체부품 7119억원 등 총 2조8769억원이 목표다. FA-50 말레이시아, T-50 태국 4단계 등 완제기 수출 분야가 올해 수주의 주축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예기치 않은 잡음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KAI는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 공개행사 등의 과정에서 다수의 내부 자료가 북한 추정 세력에 해킹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 12일에는 KAI 제작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계열의 응금의무수송헬기(메디온)의 불시착 사고가 있었다. 2018년엔 5명 사망 사고를 내 해병대 마린온도 같은 계열이었다. 

업계에서는 안 사장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소방수로서의 역할까지 해내 줄 것을 기대한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설계 정보 누출이나 기체 결함 모두 해외 사업협력 측면이든 수출 추진이든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예상치 못한 변수를 수습하는 것도 안 사장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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