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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날았다…기술수출 '사상 최대'

  • 2021.11.23(화) 09:48

L/O 규모 11조원…계약 건수도 최다
"계약 규모 대비 선계약금 비율 중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L/O) 규모가 1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2일 기준 국내 기업들의 L/O 계약은 총 28건이다. 지난해 L/O 건수의 두 배 수준이다. 'K-바이오'의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L/O 계약 규모만으론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연구개발(R&D) 상황에 따라 계약 반환이나 해지 사례가 나올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수출 기술의 신뢰도와 완성도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L/O 계약 규모 대비 선계약금 비율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기술수출 신기록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L/O 계약 규모는 11조4041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L/O 규모 10조1487억원보다 약 12% 증가했다. 계약 건수의 경우 총 28개 기업이 해외 기업과 L/O 계약에 성공했다. 최근 두 달 사이에만 9건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L/O 거래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단일 계약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미국 머크(MSD)에 고형암 면역세포치료제 3종을 L/O한 GC녹십자랩셀(현 지씨셀)이다. 녹십자랩셀은 지난 1월 미국 법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를 통해 MSD에 2조900억원 규모의 L/O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도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프라잔'으로만 올해 총 4건의 L/O 계약을 체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많은 L/O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바이오벤처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최근에는 레고켐바이오와 보로노이가 잇따라 1조원대 L/O를 성사시켰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7일 체코 바이오 기업 소티오바이오텍과 1조2127억원 규모의 L/O 계약을 맺었다. 암세포에 정확하게 도달해 공격하는 약물기술인 '항체-약물 복합체(ADC)'에 관한 계약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앞선 지난 6월에도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ADC 치료제의 개발·상용화 권리를 넘기면서 L/O 계약 규모를 총 9200억원으로 늘렸다.

정밀 표적치료제 신약개발 전문기업 보로노이 역시 미국 피라미드바이오사이언스에 1조원 규모의 L/O 계약을 체결했다. 피라미드바이오사이언스는 보로노이의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VRN08'을 통해 유방암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제넥신은 지난 2월 인도네시아의 KG바이오와 1조2000억원 규모의 L/O 계약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K-바이오'의 R&D 역량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성과를 거둔 만큼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선계약금 비율, 기술 가치 평가 척도"

다만 L/O 계약 규모를 실제 수출액 규모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단위의 L/O 계약이라도 기술을 받은 기업의 R&D 상황에 따라 권리가 반환되거나 계약이 해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2018년 중국 자이랩, 2019년 일라이릴리, 얀센으로부터 L/O한 권리가 반환됐다.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는 지난 2016년과 지난해 두 번에 걸쳐 L/O한 권리가 반환되기도 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지난해 베링거잉겔하임과 체결했던 L/O 계약이 해지됐다.

대부분 계약금 반환의무가 없지만 일부 계약조건 설정에 따라 반환되는 경우도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인보사 기술이전 계약으로 일본 먼디파마로부터 수취했던 150억원의 계약금을 반환했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우 계약상 질권설정에 따른 것으로 계약이 해지된 것은 아니다. ▷관련 기사: 코오롱생과, '인보사 그늘' 언제쯤 탈출할까(8월10일)

또 L/O 의미를 포장하기 위해 총 계약 규모를 부풀리는 것도 오랫동안 제기돼 온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 기업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기술료(마일스톤)를 책정하거나 경쟁 기업이 적은 계약금을 걸고 약물의 개발 속도를 늦추는 등 악용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총 L/O 계약 규모 대비 선계약금 비율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총 L/O 계약 규모는 L/O한 후보물질이 실제 신약 개발이나 의약품 판매로 이어져야만 수령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반면 선계약금은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신약 개발을 중도 포기하거나 기술을 반환하더라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업계에선 선계약금이 총 계약규모의 5~10% 이상이 돼야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올해 L/O에 성공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선계약금 비율이 높은 곳은 SK바이오팜, 동아에스티, 알테오젠 등이 꼽힌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1월 중국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에 중추신경계(CNS) 신약 파이프라인 6종의 중국권 판권을 L/O했다. 총 계약 규모 2180억원 중 선계약금은 237억원으로 약 11%에 달한다.

동아에스티와 알테오젠도 총 계약 규모는 작지만 선계약금 비율을 높였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7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를 다국적 제약사 인타스에 L/O했다. 선계약금은 총 계약금 1200억원의 약 10%에 가까운 115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1월 다국적 제네릭 기업 인타스와 1266억원 규모의 L/O 계약을 체결한 알테오젠의 선계약금은 전체 계약 규모의 약 5% 수준인 66억원이었다.

반면 GC녹십자랩셀이나 펩트론의 경우 총 L/O 계약 규모 대비 선계약금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뮨온시아, 올릭스 등 바이오벤처의 선계약금 비율도 각각 1.7%, 1.43%로 1%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선계약금은 후보물질에 대한 성공 가능성, 기업에 대한 신뢰도 등 상대 기업이 기술을 평가하는 잣대로 볼 수 있다"며 "과거엔 총 L/O 계약 규모 위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선계약금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회사의 규모나 기술이전하는 파이프라인의 종류에 따라 선계약금 비율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작은 규모의 바이오벤처는 선급금 비중을 낮춰 리스크를 줄이거나 규모가 있는 제약사는 기술이전을 늦추더라도 신약 독자 개발을 이어가는 등 각기 상황에 맞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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