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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브릿지바이오 "글로벌 바이오텍 머지않았죠"

  • 2022.03.18(금) 07:16

임종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부사장
NRDO 기업으로 출발…후보물질 발굴 주력
주요 파이프라인 3종, 올해 결과 발표 예정

"2025년까지 임직원 100명 규모, 임상 과제 7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2030년엔 세계적인 바이오텍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상업화 단계의 바이오텍으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임종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 전략 총괄 부사장이 제시한 브릿지바이오의 청사진은 명확했다. 2015년에 설립한 브릿지바이오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로 성장 발판을 마련한 바이오텍이다.

NRDO는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지 않고 외부에서 도입해 빠르게 임상 단계에 진입, 개발에 집중하는 사업 모델이다. 연구소나 다른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후보물질로 신약을 개발하거나 개발 도중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L/O)해 수익을 낸다. 브릿지바이오는 국내에서 생소했던 NRDO 모델의 포문을 연 기업이다.

임 부사장은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의 개발과 해외사업을 이끈 주역이다. 이후 제넥신에서 혁신신약 과제의 국내외 사업개발을 주도해왔다. 지난 2018년 브릿지바이오에 합류, 경영전략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임 부사장을 만나 글로벌 바이오텍 도약을 준비 중인 브릿지바이오의 신약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임종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전략 총괄 부사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초기 사업 모델 벗고 혁신신약 기업 도전

NRDO의 핵심은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 확보와 △신속하고 효율적인 임상개발이다. 설립 4년 만에 1조5680억원 규모의 L/O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선택과 집중'을 추구한 덕분이다. 임 부사장은 "브릿지바이오 연구개발진은 빅파마의 주요 포트폴리오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 개발 가능성에 주목해 시장의 니즈를 한발 앞서 살피고 있다"며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 수요를 기준으로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개발에 집중한 덕분에 신속한 사업화와 수익 창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전임상(동물실험) 과정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보통 제약바이오 기업이 독성시험을 거쳐 IND 최종 승인을 받는데 걸리는 기간은 18개월 정도지만 브릿지바이오는 전임상에서 임상 단계로 진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9개월로 단축했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은 7개월 만에,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은 9개월 만에 전임상을 마쳤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은 8개월 안에 전임상을 진행해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IND 승인을 받았다.

임종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전략 총괄 부사장. /사진=브릿지바이오

지난해부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도 본격 나섰다. L/O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도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단 구상이다. 지난 2019년 내부 연구기관 펠리노 신약 연구소(PRC)를 설립한 데 이어 2020년 미국에 보스턴 디스커버리 센터(BDC)를 열었다. 자체 발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는 "브릿지바이오는 초기 사업 모델이었던 NRDO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역량을 쌓고 있다"면서 "자체적으로 과제를 발굴하고 신기술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실험을 내부에서 수행하는 종합 혁신신약 연구개발(R&D)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수요 높은 섬유화 질환 집중… 파이프라인 고도화"

브릿지바이오는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needs)가 높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치료제가 없거나 기존 치료제의 효과가 제한적인 희귀질환이나 항암 영역을 주로 공략한다. BBT-401은 파이프라인 중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서 있다. 지난 2015년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도입해 2018년 대웅제약에 아시아 지역 한정 L/O 했다. 현재 중증도 및 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2a상을 진행 중이다.

BBT-401의 경쟁력은 높은 약효와 안전성이다. 경쟁약물과 달리 경구 투여 시 대장에만 선택적으로 분포할 수 있다. 임 부사장은 "BBT-401은 궤양성 대장염의 주요 환부인 위장관에서만 약물이 체류해 선택적으로 약효를 보이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며 "전신 면역 반응 억제에 따른 부작용 위험이 줄어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BBT-176과 BBT-207은 기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내성 문제를 개선한 후보물질이다. 비소세포폐암은 치료를 진행할수록 약물에 대한 내성 돌연변이가 생긴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경우 복용 후 내성 돌연변이가 생기면 다음 치료 대안이 없는 상태다. BBT-176는 타그리소를 2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생기는 삼중 돌연변이를, BBT-207는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이중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개발하고 있다.

임 부사장은 "4세대 항암제 중 개발이 가장 앞서 있는 BBT-176은 올해 6월 예정된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브릿지바이오의 첫 자체 발굴 후보물질인 BBT-207은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목표로 전임상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BBT-877은 지난 2017년 레고켐바이오에서 도입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지난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L/O했지만 2020년 잠재적 독성 우려 문제로 권리가 반환됐다.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추가 실험에서 독성 문제가 DNA 손상이 아닌 고농도 약물 처리에 의한 것으로 판단, 자체적으로 후보물질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임상2상 진입을 위해 FDA와 협의 중이다.

그는 "기술 반환 이후 과제의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 FDA와 면담(C타입 미팅)을 지난해 마쳤고 FDA로부터 비임상 동물실험을 제안받아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조만간 해당 실험 결과를 FDA에 제출한 후 임상2상을 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엔 셀라이온바이오메드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301'을 도입했다. 임 부사장은 "BBT-877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섬유화 질환 분야에 집중해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면서 "연내 전임상 개발 및 미국 IND 제출을 목표로 BBT-301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바이오텍 목표로 해외 진출 속도

브릿지바이오는 주요 파이프라인들의 다국가 임상2상을 앞두고 있다. 임상2상은 비용은 더 많이 들지만 다양한 인종 기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에 브릿지바이오의 파이프라인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임상2상 주안점은 더욱 신속하게 효력을 살펴서 후기 임상에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며 "사업개발 관점에선 글로벌 기업들의 검색 범위에 쉽게 포함되고, 도입을 검토할 때 중요한 요소가 결과에 포함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릿지바이오의 목표는 글로벌 바이오텍이다. 미국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기업 아톰와이즈, 미국 선두 생의학연구소인 스크립스 리서치, 헬스케어 엑셀러레이터 바젤론치 등과 협력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BDC를 전초기지로 삼아 미국과 유럽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늘릴 계획이다.

임 부사장은 "올해의 중점 목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해 혁신 과제와 기술을 도출하는 것"이라면서 "나아가 자체 허가 받은 품목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업망을 갖춘 바이오텍으로 거듭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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