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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그리소 내성 뛰어넘어라"…4세대 '폐암' 신약개발 활기

  • 2022.03.22(화) 06:50

브릿지바이오·유한양행, 4세대 EGFR 폐암 치료제 개발
"폐암 표적치료제 돌연변이 타깃 시장 더욱 커질 것"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소세포폐암 정복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있지만 여전히 미충족수요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돌연변이 내성으로 인해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신약 개발에 나서면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틈새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폐암의 85%를 비소세포폐암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약 40%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를 가진 환자다. EGFR 변이를 가진 환자에겐 EGFR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표적치료제는 정상 세포는 거의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부작용을 줄인 약물이다. 문제는 표적치료제를 오래 사용할수록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에 EGFR 변이가 진단되면 1·2세대 표적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먼저 처방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1·2세대 표적치료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한 3세대 표적치료제다. 타그리소는 2021년 매출액만 50억달러(약 6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다만 타그리소 역시 수개월 투여 후 돌연변이 내성이 생기는데, 현재 타그리소 내성이 생긴 뒤엔 치료 옵션이 없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타그리소 내성 돌연변이를 잡는 4세대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거나 기존 치료제와 병용요법을 진행하는 등 폐암 정복에 힘을 쏟고 있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는 타그리소를 2차 치료제로 처방한 다음 나타나는 삼중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한 'BBT-176'을 개발 중이다. 4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중에선 세계적으로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약물이다. 현재 임상 1/2상(임상 1·2상 동시 진행)을 진행하고 있다. 경쟁 약물인 미국 블루프린트의 'BLU-945'보다 6개월 정도 빠른 것으로 파악된다.

브릿지바이오는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이중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BBT-207'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임상과 급여 문제로 타그리소가 2차 치료제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타그리소를 최우선 1차 치료제로 권고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올해 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BBT-207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개발한 유한양행은 타그리소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치료제에 이어 1차 치료제로도 확장을 꾀하고 있다. 렉라자는 현재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으로 개발되고 있다. 우선 얀센은 자사의 이중항체신약 '리브리반트 주'(성분명 아미반타맙)와 유한양행의 렉라자를 타그리소 내성으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 또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렉라자를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L/O)한 바 있다.

또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단독요법으로 사용하는 임상 2건도 진행 중이다. EGFR 변이 폐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투여하는 임상3상과 타그리소 내성 환자에게 2차 치료제로 투여하는 임상1/2상이다. 렉라자는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차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을 받고 지난 7월 국내에 출시했다. 올해 2~3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건부 승인도 점쳐진다. 업계에선 현재 타그리소 내성 환자에 대한 치료제가 없는 만큼 FDA 혁신의약품 등 신속승인제도를 활용하면 연내 미국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비온도 기존 치료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ABN401'를 개발하고 있다. ABN401은 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C-Met)을 차단하는 C-Met 저해제다. 타그리소 등 기존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의 상당수에서 C-Met 변이가 발생,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에이비온은 환자의 혈액을 분석해 C-Met을 확인할 수 있는 동반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을 통해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환자들을 선별해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구상이다. ABN401은 지난해 호주와 한국에서 글로벌 임상1상을 마치고 최근 글로벌 임상2상에 본격 돌입했다.

의약품시장 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437억 달러(약 5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업계는 3~4년 이내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타그리소가 차지하는 규모가 6조원에서 10조원 정도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폐암 표적치료제는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지만 새로운 치료제도 내성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면서 "내성 문제를 극복한 폐암 치료제에 대한 시장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관련 연구개발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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