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인 '양자암호통신'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이를 세계 무대에서 '표준'으로 인증받았다.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정부와 통신 3사의 관심이 깊어가는 가운데 KT는 특히 기술 표준화·장비 국산화에 집착하고 있다.
통신사가 기술 표준을 만들면 글로벌 장비 업체간 경쟁을 촉발하고 시장 가격을 '하향 평준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암호통신 장비가 모두 국내산으로 이뤄져 있어야 '철통 보안'이 가능하기도 하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KT가 독자 개발한 '양자암호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기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국제 표준 승인을 받았다. ITU가 이 같은 품질평가 기준을 표준으로 승인한 것은 세계 최초다.
양자암호 표준, 글로벌 진출 토대
양자암호통신이란 송신자와 수신자만이 해독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보안 기술이다. 빛의 가장 작은 단위인 광자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금융뿐만 아니라 의료, 국방, 연구기관 등 보안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양자암호통신서비스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3사는 양자암호통신 요금제를 협의했으며,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전용회선 상품용 양자암호통신 부가서비스를 최초로 출시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KT는 '표준화된 기술'을 마련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번에 국제 승인을 받은 품질평가 기준도 '응답지연·응답지연변이·손실율' 3개 변수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한 것이다. KT가 국제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이용자 편에서 양자암호통신서비스를 평가할 만한 기준이 부재했다.
통신사가 기술 표준 마련에 성공하면 장비 업체간 경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욱 KT 융합기술원 상무는 "표준에 맞춰 장비업체가 장비를 만들도록 하면 표준에 맞는 장비간 경쟁을 시킬 수 있다"며 "결국 적당한 가격에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암호통신 기술 표준이 국내에서 마련될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도 수월해진다. 이 상무는 "우리가 국제 표준을 만들어 서비스를 운용하면 국내 장비 업체들은 이미 국내에서 경험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해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민감 정보 보안, 완전 국산화로 해결
KT는 모든 장비를 국산화하는 것에도 큰 의의를 두고 있다. KT가 상용화한 모듈형 양자암호키분배(QKD)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모두 국내 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장비가 국산일 경우 장애가 생기거나, 업데이트를 할 때 곧장 대응이 가능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보안성'에 있다. 양자암호통신서비스는 주로 군 보안용으로 쓰이는데 타국의 장비를 사용하면 국가 기밀이 새어나가는 등 보안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단 것이다.
김형수 KT 융합기술원 기술전략팀장은 "2차 세계대전 때 암호 장비를 공급하던 개발사 중 스위스 크립토사가 있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회사가 미국 CIA가 관리하던 회사여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미국 표준 연구소에서 암호 기술을 개발하는데 CIA가 트로이목마를 삽입하려다가 들킨 적도 있다"며 "회사의 국적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의심을 깔고 갈 수밖에 없다"며 기술 국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KT는 '퀀텀데이터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기업과 공공기관 수요가 높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관리·저장·전달하는 곳이라면, 퀀텀데이터센터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관리하는 곳이다.
이영욱 상무는 "정부 주도 클라우드와 의료계 가입자 데이터, 군 사업 데이터를 퀀텀데이터센터에 놓으면 (보안을 강화하면서) 데이터 공유가 효율적이게 될 것"이라며 "이런 쪽에서 퀀텀데이터센터의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