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한창이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5인 이상의 사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 본격 시행됐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중대재해법 중 원료 및 제조물에 따른 '중대 시민재해' 항목에 주목한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제조·관리하는 의약품 역시 원료 및 제조물에 해당해서다. ▷관련 기사: '중대재해처벌법'시행 임박…제약바이오, 대응 고심(11월 18일)
또 안전·보건 관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 환경(E)과 사회(S) 부문과도 직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ESG 윤리경영을 위한 방법으로 관리 시스템 구축,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 등을 꼽는다.
한국준법진흥원(KCI)는 지난 24일 '준법경영 강화 및 중대재해처벌법 분석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는 △황인학 KCI 원장 △황보현 아이센스 변호사 △이현표 ESG 파트너스 대표 △김한진 안국약품 팀장 등이 참석했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중대재해법과 기존 산업법의 차이는 대표이사(CEO)의 책임 강화다. 기업이 안전·보건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별도로 두더라도 CEO가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특성상 의도하지 않은 의약품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부터 의약품 불순물 사태, 부작용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선제적 안전 관리에 힘쓰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실제 중대 재해 발생 시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는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회사 차원에서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인 회사의 경우 총 3명 이상으로 구성된 안전·보건 조직을 반드시 만들도록 한 것이 이번 법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 및 윤리경영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 등급평가와 △ISO 인증을 제시했다. 더불어 CP 등급평가와 ISO 인증을 함께 도입해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CP 등급평가는 공정경쟁연합회가 주관, CP 운영실적 등을 기업별로 등급을 매기는 제도다. 지난 2001년 도입 이후 20년 넘게 기업의 윤리경영 관문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지난 2017년부터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선 'ISO37001' 인증 열풍이 불고 있다. CP 등급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은 제약사들이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진 탓이다.
ISO37001은 접대와 선물, 리베이트 등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뇌물수수를 방지하기 위한 반부패 경영시스템이다. 지난해 4월엔 ISO37001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ISO37301이 공식 표준으로 지정됐다. 기업의 준법경영인 컴플라이언스경영시스템과 관련한 국제표준이다.
황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해선 안전·보건 전담 조직과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협업도 중요하다"며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의 내부 심사원으로 합류, 함께 심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논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안국약품은 ISO 도입 사례를 공유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ISO37001과 ISO37301을 통합 인증을 획득했다. 안국약품의 ISO 통합 인증 절차를 진행했던 김 팀장은 "ISO37001과 ISO37301 인증은 별개의 개념처럼 보이지만 준법 경영이라는 성격은 같다"면서 "ISO37301은 부패 방지를 포함한 준법 경영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실무에선 두 인증을 함께 도입했을 때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ISO37001과 ISO37301 인증은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외부에서 평가하는 요소로 ISO 인증 여부도 중요하지만, 조직 차원에서도 회사의 업무 능력(퍼포먼스)을 높이는 데도 ISO 인증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