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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이어 녹십자도' 미국 진출 지연에 속 타는 제약바이오

  • 2022.03.01(화) 09:40

코로나로 현장실사 차질→허가심사 지연 속출
메지온‧유한양행 등도 FDA 허가 지연 가능성
"허가심사 지연…경쟁력·시장성 감소 등 우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 이후 높아진 K-바이오 위상으로 글로벌 진출 기대를 키웠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고전하고 있다. 현장실사 등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허가심사가 지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허가가 늦어질수록 경쟁력과 시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1차성 면역결핍질환 치료제 '알리글로(ALYGLO, 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의 미국 품목허가가 지난달 28일 연기됐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지난해 2월 품목허가 신청서(BLA)를 제출한 지 1년 만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에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 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FDA로부터 녹십자의 오창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현장실사(Pre-License Inspection)'가 필요하다는 '최종보완요구서(CRL)'를 받았다. 회사는 FDA와의 소통을 통해 현장실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내 분위기상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 외에도 한미약품 역시 코로나로 인해 현장실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FDA 허가심사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지난 2019년 하반기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바이오플랜트 현장실사가 이뤄져야 했지만 코로나 발발로 일정이 연기됐다. 

이후 1년 8개월여 만인 지난해 6월 현장실사를 진행한 결과 FDA로부터 롤론티스 제조시설과 관련해 일부 보완사항을 지적받았다. 원료를 생산하는 한미약품의 바이오플랜트는 문제가 없었지만 완제품 생산을 맡은 미국 현지 위탁생산(CMO) 기업인 아지토모토에 일부 결함이 발견되면서다. 스펙트럼은 보완사항 개선을 마치고 올해 허가심사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이밖에 메지온의 폰탄* 치료제 '유데나필'도 지난해 3월 FDA에 허가신청을 제출해 조만간 허가가 기대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국산 항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도 임상3상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올해 FDA 허가신청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폰탄: 정상인은 심장의 심실이 2개지만 심실 1개만 갖고 태어난 선천성 심질환.

하지만 FDA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을 이유로 허가심사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한데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을 코로나 최고 위험단계인 4단계로 분류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FDA는 지난 1월 홈페이지를 통해 오미크론 감염 예방을 위해 공장 실사 등 심사 활동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진행할 예정이었던 해외 실사 계획도 전부 연기됐다. 언제 해외실사가 재개될지 알 수 없는데다 재개된다 해도 지연된 실사 일정들에 밀려 허가심사 자체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 셈이다. 

FDA 의약품 품목허가 신청은 BLA(바이오의약품 시판허가 신청), NDA(신약 품목허가 신청), ANDA(약식 신약 품목허가 신청)로 나뉜다. 쉽게 말하면 BLA는 바이오의약품, NDA는 합성신약, ANDA는 복제의약품(제네릭)에 대한 허가신청을 말한다. △임상자료 △상업 생산 준비 △QC(품질관리) 및 QA(품질보증) 데이터 등 서류심사와 함께 현지 공장에 대한 현장실사를 거친다.

FDA 품목허가에는 평균 6개월~1년여가 소요되지만 코로나 여파로 중요한 현장실사가 어려워지면서 허가심사에 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FDA의 허가심사에 장시간이 소요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피로도도 심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허가심사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출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경쟁 약물들의 개발은 계속 진척되고 있는 만큼 허가가 늦어질수록 경쟁력과 시장성도 떨어질 수 있는데 현장실사 일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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