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네이버-포스코, 연구개발비 '빈부격차'

  • 2022.03.17(목) 10:47

시총 10대 기업 연구개발비 비교
매출 대비 네이버 24.3%-포스코 0.6% R&D 투자
반도체·인터넷 등 공격적 투자-중후장대 '쥐꼬리'

연구개발(R&D)비용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이다. 비즈니스워치는 17일 시가총액 10대 기업의 작년 한해 연구개발비를 비교, 분석했다. 예상대로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 규모가 가장 컸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네이버였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시총 10대 기업, R&D에 37조 투자 

지난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차, 삼성SDI, LG화학, 기아, 셀트리온, 포스코홀딩스 등 시총 10대 기업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연구개발비로 총 36조9660억원을 투자했다. 매출(669조1970억원) 중에서 5.5%를 연구개발비로 쓴 것이다. 아직 연구개발비가 공시되지 않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카카오뱅크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업이 한 해 번 돈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쓰는 것이 작은 규모는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 연구개발활동조사'를 보면 국내 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3.7%였다. 대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4.19%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2019년 기준 세계 연구개발비 상위 100대 기업 중 국내 기업은 단 4곳뿐이다. 100위권에 제약과 생명공학 기업이 24개나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는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도체, 매출 8~9% R&D 투자

연구개발비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22조596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연구개발비는 2020년보다 6.4% 늘었다. 작년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1%이다. 이는 2020년(9%)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는 다른 비용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비를 판매관리비로 분류하고 있는데, 지난해 판관비 61조5596억원 중 연구개발비 비중은 36.4%에 이르렀다. 연구개발비 다음으로 급여(7조2460억원), 판매촉진비(6조2862억원), 수수료(6조1926억원),  광고선전비(5조3760억원) 등이 차지했다. 

연구개발비 규모 2위는 SK하이닉스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조9141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이는 2020년보다 16.1%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1%로, 삼성전자보다 높았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출의 8~9%를 연구개발비로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회사가 공격적으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는 것은 가전 중심의 LG전자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LG전자의 작년 연구개발비는 2조957억원이다. 이는 작년 매출의 2.8% 수준이다. 

R&D에 박한 중후장대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장치산업을 뜻하는 중후장대(重厚長大)는 연구개발비가 박했다.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매출이 두 번째로 큰 현대차의 연구개발비는 3조1001억원이었다. 이는 2020년 연구개발비(3조1086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머물렀다. 지난해 기아의 연구개발비는 1조8719억원으로 매출의 2.7%를 차지했다.

특히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4754억원으로 2020년보다 27.5% 줄었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0.6%에 불과했다. 철강 사업만 따로 떼어내 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철강 사업부문의 연구개발비는 4213억원으로 1년전보다 31.4% 줄었다. 철강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에 머물렀다.

지난해 포스코는 석탄 기반의 고로(용광로)를 수소환원제철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 최대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오히려 연구개발비는 줄어든 셈이다.

최근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가총액이 늘어난 배터리 업체의 연구개발비는 업체별로 엇갈렸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8776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1년전보다 8.6% 늘어난 수치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5% 수준이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쓴 연구개발비는 65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7%에 머물렀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도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3% 였다.

네이버, 1000원 벌면 R&D에 240원 투자

매출 대비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곳은 네이버였다. 지난해 네이버는 연구개발비로 1조6551억원을 썼다. 이는 지난해 매출의 24.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카카오는 아직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담긴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3분기 연구개발비는 5242억원으로 이 기간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이처럼 회사별로 연구개발비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업종별 특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와 IT업계는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쉬운 만큼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반면 철강 등은 제조업은 초기 설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시설의 유지·관리에 힘을 쏟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