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김동훈 기자] "아, 이거 언제 끝나요? 화장실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포르쉐 독일 본사가 지난 19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개최한 '포르쉐 월드 로드쇼'. 국내 출시되지 않은 차량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승 프로그램 가운데 기자들을 이처럼 떨리게 한 것이 있었다.
이날 국내 첫 공개된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GTS'에서 런치 컨트롤을 테스트하는 브레이킹 테스트 세션이다.
놀라운 순간 스피드
런치 컨트롤은 차량의 최고 출력을 한꺼번에 뿜어내며 급가속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런 까닭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 '제로백'을 측정할 때도 쓰인다.
단순히 엑셀을 꾹 밟거나 버튼 하나 누른다고 런치 컨트롤이 가동되는 것은 아니다. 작동법이 따로 있다. 타이칸 GTS에 탑승한 뒤 주행 방식을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설정한다.
이후 브레이크를 왼발로 강하고 신속하게 밟는다. 그러면 계기판에 런치 컨트롤을 가동한다는 표시가 뜬다. 이후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밟는다. 브레이크에서 왼발을 뺀다. 차는 전방을 향해 돌진한다.
차량 밖에서 이 과정을 볼 때는 그냥 '빠르다'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운전석에 앉아서 체험해보니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목표 지점이 급속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공포감과 함께 시야가 좁혀졌다. 놀이기구가 아니니 눈을 감을 수도 없다. 눈과 어깨엔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런치 컨트롤 테스트가 끝나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기자들이 많았다. 이 차량의 제로백은 3.7초, 최대 598마력을 발휘한다.
더 빠른 차는 어떨까
더 빠른 차도 있었다. 제로백이 2.8초라는 '911 터보 S 카브리올레'였다. 최고 출력은 662마력. 1초 차이가 얼마나 될까. 이를 차량 밖에서 스마트폰 가로 화면으로 촬영해보니 2초를 넘기는 시점에 차량은 사라졌다.
운전석에서 체험해보면 어떨까. 감탄사와 함께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스노보드를 타고 비탈을 질주하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브레이크 성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난다. 계기판을 볼 틈이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브레이크는 계획한 지점에서 안전하게 차량을 제동했다.
런치 컨트롤은 순간적으로 차량의 가속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능이기에 내구성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러나 포르쉐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포르쉐 관계자는 "경쟁 브랜드는 런치 컨트롤을 여러번 하기 어려운데 포르쉐는 이를 아무리 해도 차량에 이상이 없다"며 "이는 포르쉐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민감한 드라이빙
포르쉐는 이날 내연기관차부터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한 차량의 드라이빙 성능도 테스트할 수 있게 했다.
약 4시간에 걸쳐 직접 체험한 차종은 △파나메라 GTS △카이엔 터보 GT △카이엔 GTS △마칸 GTS △타이칸 터보S 크로스 투리스모 △타이칸4 크로스 투리스모 △718 박스터 GTS 4.0 △911 카레라 GTS 쿠페 △911 GT3 △911 타르가 4 GTS다.
일정한 코스에서 장애물을 피하면서 주행하는 '슬라럼 세션'에선 '718 박스터 박스터 GTS 4.0'을 이용했다. 이 차도 최고출력이 407마력, 제로백은 4초다. 정밀한 핸들링과 뛰어난 코너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섀시를 10mm 낮게 적용했다고 한다.
처음엔 천천히 주행하며 코스를 익혔다. 두번째 주행할 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렸다. 코너링과 급가속이 민첩했다. 운전대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런 덕분에 구불구불한 수준을 넘어 급하게 꺾이는 코스, 비좁은 통과 지점을 여러번 거쳤음에도 출발 이후 20초가 되지 않은 시점에 주행을 끝낼 수 있었다.
괴력의 SUV '카이엔 터보 GT'
10종에 달하는 다양한 차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은 차는 SUV '카이엔 터보 GT'였다. 가속 능력이 인상적이었고, 코너링도 훌륭했다. 내리막길에서도 제동 능력이 대단했다. 만족감이 높은 이유는 세단이 아닌 까닭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고보니 이 차는 최고출력 650마력에 제로백도 3.3초다. 포르쉐의 테스트 드라이버는 20.832km 길이의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을 7분38.9초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이는 SUV 부문 신기록이라고 포르쉐 측은 설명했다.
또 이날 시승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굳이 비교하자면, 아직은 내연기관차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강력한 퍼포먼스가 특징인 포르쉐인 만큼 내연기관 특유의 엔진 소음과 함께 가속할수록 힘이 더해지는 그 맛이 없으면 운전하는 재미가 덜했다.
물론 전기차 특유의 장점도 있었다. 전기차들은 일단 초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낼 수 있어 순간 가속력이 엄청나고 무거운 배터리 덕에 코너링 실력도 내연기관차보다 좋았다.
부드럽게 밟아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체험한 포르쉐 차량들은 공통적으로 민감했다. 밟으면 나가고 밟으면 멈추며 핸들을 조금만 틀어도 즉각 반응했다. 모든 세그먼트에서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포르쉐의 철학이 대부분 차량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운전이 점점 익숙해지며 '오버'도 했다. 스포츠카 '911 GT3'를 몰고 코너링 구간에서 순간 시속 160~170km로 달릴 때였다. 도로 우측에 트래픽 콘들이 보였다. 안전과 코스 안내를 위해 깔린 것인데, 한곳에 모인 게 아니라 흩어진 상태였다.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다 내리막길에 회전 구간인 탓인지 코너링이 흔들렸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왼쪽 콘이든 오른쪽 콘이든 둘 중 하나는 밟거나 스칠 수준까지 됐다. 비싼 차에 흠집이라도 가면 어쩌나.
순간적으로 운전대를 아주 미세하게 좌우로 조작했다. 콘과 콘 사이를 빠져나왔다. 날렵한 성능을 느꼈다. 이 차도 제로백이 3.4초에 최고속도는 318km까지 도달한다. 카이엔 터보 GT가 SUV 부문 신기록을 세운 서킷에서 '911 GT3'는 6분59초대에 달렸다고 한다. 40초 가까이 빠르다.
그러나 반복해서 차량들을 타보니 이같은 극한 상황에서 성능을 느낄 때 보다는 섬세한 컨트롤로 변화를 천천히 느낄 때 차량의 특성을 더욱 풍부하게 알 수 있었다.
속도감을 즐기기 위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는 것도 좋겠지만, 힘이 붙는 과정을 느끼면서 천천히 부드럽게 밟으면 포르쉐를 더 깊게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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