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배터리와 소재 사업 모두 선방한 결과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면서 매출 증대뿐 아니라 수익성 또한 개선됐다.
배터리 업계서 홀로 선방한 이유
29일 삼성SDI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은 매출 4조7408억원, 영업이익 429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2.2%, 영업이익은 45.3%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 4000억원 돌파는 최초다. 상반기 매출은 8조7902억원, 영업이익은 7513억원으로 이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 및 기타 부문의 성장세가 도드라졌다. 2분기 에너지 부문 매출은 4조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2% 늘어난 2449억원이었다.
특히 중대형 전지의 경우 판가 상승과 환율 상승 등 우호적 시장 상황에 대한 영향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Gen.5(젠5) 등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에 주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손미카엘 중대형 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2분기 자동차 전지 매출은 약 30% 증가했는데, 20%는 판매 증가 요인이고, 10%가 판가·환율 상승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익 측면에서 보면 환율 상승은 긍정적인 요인이었지만 판가 상승은 원소재 구매 비용 증가분과 상쇄돼 손익 영향은 미미했다"며 "결국 젠5 중심 판매 확대가 수익성 측면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부연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는 전력용 판매가 확대되면서 매출이 증가했고 원소재가 상승분을 판가에 반영해 수익성도 개선됐다.
소형전지의 경우 원형 전지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고 수익성도 향상됐다. 원형 전지는 전기차 중심으로 매출 증가가 지속됐고, 고출력 전동공구향 수요도 증가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다만 파우치형 전지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IT 제품 수요 둔화로 기존 제품 판매가 감소해 매출이 다소 줄었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 외 디스플레이·반도체 소재 사업도 영위한다. 이는 전자재료 부문에서 맡고 있다. LCD (액정표시장치) 패널에 사용되는 편광 필름과 반도체·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등이 주요 제품이다. 배터리 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높아 삼성SDI의 '수익성 위주 질적 성장' 전략에 큰 몫을 하고 있다.
2분기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6692억원, 영업이익은 45.5% 증가한 1841억원이었다. 지난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8.4% 감소했는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수요가 줄어든 결과다.
윤경호 전자재료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는 "편광필름은 전 분기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은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분기 전자재료 부문 영업이익은 LCD 판매가 급증했던 작년보다는 줄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17% 증가했다.
내실에선 앞장서
이번 실적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2분기 가장 선전한 성적표라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9%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웃돌았다. 전자재료 사업을 제외한 배터리 사업만 봐도 영업이익률 6%로 앞서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5조706억원, 영업이익은 73% 줄어든 1956억원이었다. 영업이익 감소는 작년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과 벌인 배터리 소송전에 따른 합의금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된 것에 따른 기저효과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감소 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LG에너지솔루션 측 설명이다.
SK온의 경우 적자 폭을 키웠다. 올 2분기 매출액은 1조28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배가량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3266억원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만 SK온은 올 4분기 흑전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하반기는 어떨까
하반기도 상반기에 이어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SDI는 사업분야별 수요 변화에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먼저 중대형 전지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자동차 전지의 경우 헝가리 2공장이 가동되면서 젠5 배터리 판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젠6로 이어지는 차세대 플랫폼의 수주 활동도 지속할 계획이다.
ESS는 성장하는 전력용 ESS 시장 규모에 발맞춰 올 하반기 고용량 신제품을 양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력용 ESS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 가속화, 에너지 안보를 위한 국가별 에너지 체제 필요성 등으로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손미카엘 부사장은 "고용량 신제품은 하이네켈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양극재에 적용해 용량을 약 30%가량 높였고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원가를 약 15% 수준 낮출 수 있다"며 "차별화된 소화 시스템을 통해 안정성을 강화해 전력용 시장에서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형 전지는 모빌리티용을 중심으로 판매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삼성SDI는 원형 전지 라인업 확대를 통해 전기차 분야에서 추가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SDI는 천안 사업장에 46파이(지름 46mm)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재영 소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46파이 전지는 기존 원형 전지 대비 구경과 높이를 키우면서 에너지 용량은 약 5배, 출력은 6배 높일 수 있어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감소를 위한 혁신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현재 복수 완성차 업체와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며 고객 일정에 맞춰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전자재료는 수요가 감소하는 편광필름 사업에서는 고객 다변화를 꾀하고, OLED와 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하반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OLED 패널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윤경호 상무는 "OLED 소재는 주요 고객향 판매를 확대하고 차기 플랫폼 진입도 추진 중"이라며 "반도체 소재는 신제품 적기 출시를 통해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며, 편광필름은 고객 다변화를 통해 전방 수요 감소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SDI는 시설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일축했다. 이날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고객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확실한 수요를 근거로 시설 투자를 결정하고 집행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당초 계획 대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