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을 보면 눈에 띄는 것은 삼성SDI의 내실이다. 삼성SDI의 배터리 부문 영업이익률은 6%를 기록했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3.9% 였고, SK온은 영업손실을 냈다.
내실 경영의 원동력은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Gen.5(젠5)다. 최근 열린 삼성SDI 컨퍼런스콜에서 손미카엘 중대형 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젠5 중심의 판매 확대가 수익성 측면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원가 20% 줄인 '젠5' 이끌었다
젠5는 다른 전기차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는 20% 늘리면서 원가는 20% 줄인 것이 특징이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600km에 이른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니켈(Ni) 함량을 88% 이상으로 늘린 하이니켈 양극 소재 NCA에 있다.
배터리의 출력과 용량을 결정짓는 양극 소재는 니켈, 망간(Mn), 코발트(Co), 알루미늄(AI) 등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용량이 늘어나는 식이다. 배터리의 안전성은 망간과 코발트가, 출력은 알루미늄이 좌우한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렸다.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니켈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니켈 함량이 많아지면 안전성이 떨어지는데 삼성SDI는 이를 기술로 극복했다. 작년 9월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에서 젠5를 생산하기 시작해 BMW 전기차 iX 등에 공급하고 있다.
젠5는 원재료 부담이 적은 고부가 가치 상품이다. 매출이 늘수록 수익성은 더 개선된다는 얘기다. DB금융투자는 1일 "올 하반기 젠5 배터리 채용 신모델 출시로 제품믹스는 좋아져 삼성SDI의 중대형전지 내 젠5 비중은 2분기 20%에서 연말에는 3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젠5 등 고부가가치 상품과 함께 원활한 원자재 수급 등도 수익성의 배경으로 꼽힌다. 김윤태 경영지원실 상무는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파트너사와 긴밀한 협력과 신규 소싱처 발굴로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한 게 도움됐다"며 "고객 수요기반으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철저한 품질 관리로 생산 수율을 높인 점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수익성 우위 질적성장' 강조
내실 경영은 삼성SDI의 경영철학이다. 작년 취임한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등 3가지 경영방침을 줄곧 제시하고 있다. 초기 대규모 투자가 투입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무리하지 않고 내실부터 다지는 성장을 이루겠다는 얘기다.
투자 측면에서도 삼성SDI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투자재원은 외부 투자 유치나 차입금보다 자체 현금을 통해 마련했다. 지난해 김윤태 상무는 "캐팩스(CAPEX, 미래 이윤 위해 지출한 비용)를 위한 자금 조달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영업현금흐름 내에서 가능할 것이고 증자나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경쟁사와 달리 중장기 케파(Capa, 생산능력)도 발표하지 않는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19조원에서 22조원으로 높이고, 앞으로 5년 뒤에는 3배 이상 키우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SK온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1년 40GWh에서 2025년 220GWh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케파내에서 수주하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시장으로, 기술력 확보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시장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긴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술과 품질을 높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