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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기업 재고자산 정말 '빨간불' 일까

  • 2022.08.23(화) 16:11

재고자산과 함께 재고회전율 살펴봐야
재고자산회전율, 높을수록 효율적 관리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팔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재고자산은 수익을 창출하는 밑천이지만, 과도한 재고자산은 영업이 어려워졌다는 신호입니다. 정말 재고자산에 빨간불이 켜졌을까요. 주요 기업들의 재고자산을 분석해봤습니다.

주요 대기업 재고 살펴보니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차, 삼성SDI, 기아, 포스코홀딩스,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등 제조업 기반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지난 6월 기준 재고자산은 총 141조8379억원입니다. 작년말과 비교하면 27.7% 늘었습니다.

재고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였습니다. 6월 기준 52조922억원으로 작년말보다 25.9% 늘었죠. 그 뒤를 포스코홀딩스(17조9625억원), 현대차(13조6581억원), SK이노베이션(13조2913억원), SK하이닉스(11조8787억원), LG화학(11조2397억원) 등이 이었습니다.

증가율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재고자산이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 6월 재고자산은 작년말보다 69.3% 급증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재고자산 증가율도 61%가 넘었습니다.

반면 재고자산 변동폭이 가장 작았던 곳은 기아 였습니다. 지난 6월 기아의 재고자산은 7조940억원으로 작년말(7조877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재고자산도 16.5% 늘어나는 수준이었습니다.

단순히 재고자산이 많이 늘었다고 경영상태가 나빠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닙니다. 재고자산만으로 기아의 경영 신호등에 파란불이, SK이노베이션의 경영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는 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재고관리 잘 되고 있나?

재고자산보다 중요한 것은 재고자산의 관리입니다. 적정한 재고자산을 유지하면서 제때 팔 수 있도록 재고를 공급하는 것이죠. 

기업이 적정하게 재고관리를 하고 있느냐를 볼 수 있는 지표가 재고자산 회전율입니다. 평균 재고자산을 매출원가로 나눈 것으로,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가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식당이 점심시간 때 테이블을 몇 번 돌리느냐를 보는 회전율과 비슷한 개념이죠. 

10개 기업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회전율을 보면 현대모비스가 9.1회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를 기아(8.4회), SK이노베이션(5.8회), 포스코홀딩스·삼성SDI(4.7회), 삼성전자(4회) 등이 이었죠. 반면 SK하이닉스(2.7회)와 LG에너지솔루션(3.1회) 등이 낮은 편에 속했습니다. 

눈에 띄는 곳은 기아입니다. 10개 기업중 유일하게 작년말보다 재고자산증가율이 늘어났죠. 재고자산의 변동폭이 가장 작으면서도 재고자산증가율은 가장 높은 상황으로, 적절히 재고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재고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했던 SK이노베이션의 안정적인 재고자산회전율을 보면, 단순히 재고자산의 증가량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비교해보니

재고자산회전율이 적정한지는 그간 추이나 동종업종간의 비교를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2020년말 6조1363억원, 2021년 8조9166억원, 2022년 6월 11조8787억원으로 늘고 있습니다. 이 기간 재고자산회전율은 3.4회, 3.2회, 2.7회로 낮아졌죠. 삼성전자(4회)와 비교해도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회전율은 저조한 편입니다.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하반기 재고관리 방안'에 대한 질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라 말하기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 "재고 수준이 메모리 업계의 평균보다 높아지는 경향성을 볼 수밖에 없어, 내년 캐팩스(CAPEX, 미래 이윤을 위해 쓰는 비용)는 상당폭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재고 부담에 투자를 줄이겠다는 뜻이죠.

배터리업계의 재고자산회전율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 3.1회, 삼성SDI 4.7회입니다. 비상장사인 SK온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7회에 머물렀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는 삼성SDI의 보수적인 경영방식이 재고관리에서도 드러난 셈입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재고도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부문(SDC)의 올 상반기 재고는 2조4699억원입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계산할 수 없지만 2020년 1조4228억원, 2021년 2조276억원 등으로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재고 부담도 늘고 있습니다. 재고자산은 2020년 2조1707억원, 2021년 3조3504억원, 2022년 상반기 4조7225억원 등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이 기간 재고자산회전율은 10.2회, 8.9회, 5.4회로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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