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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미·중·EU 배터리 재활용 규제 착착 vs 한국은 뒷짐

  • 2022.10.12(수) 17:30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 심층기획
정책 규제 앞서간 중국, 유럽·미국도 빠른 대응
국내 첫발 뗐지만 느려…이해관계자 조율 필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면에 '환경오염' 요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배터리가 대량 폐기되면 환경문제가 야기돼서다. 이같은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관련법 미비로 산업 활성화조차 어렵다. 비즈니스워치는 국내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친환경 전기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관련기사: ②걸음마 시작한 배터리 재활용 '제대로 달리려면…'(10월11일)

세계 각국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키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 중국은 강력한 정부의 힘을 앞세우고 있다. 유럽과 미국 역시 자국 중심의 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국내 규제는 아직 큰 틀만 제시됐을 뿐 진척이 없다. EU·미국의 배터리내 재활용 원료 함유량 규제로 어쩔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세울 수 있는 정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이 요구된다.

韓, 미·중·EU 비해 뒤늦은 정책 마련 

지난 9월5일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산업에 대한 규제·제도개선 및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규제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이다.

재활용업은 산업분류표상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그간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은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활성화 방안에는 사용 후 배터리를 신청 없이도 순환자원으로 우선 지정하는 '순환 자원 선(先)인정 제도'가 포함돼 있다. 사용 후 배터리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될 경우 폐기물에서 제외돼 폐기물관리법상 규제가 면제된다.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는 "사업 초기에는 폐기물 처리가 서비스업으로 분류됐다"며 "서비스업은 공장으로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공장등록증을 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이번 정부 활성화 방안은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국제적 규제 개선 흐름에 뒤늦게 발맞춘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유럽·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은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규제를 앞서서 시작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 베를레이몽 빌딩. /사진=백유진 기자

배터리 산업에 관심 많은 EU는 빠르게 정책을 수립했다. 지난 2017년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생산과 유통, 재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역내에서 구축하기 위해 '유럽 배터리 동맹'(European Battery Alliance)을 결성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정책담당 관계자는 "EU는 배터리 제조산업뿐 아니라 배터리 재활용 산업 형성을 돕는 것이 목표"라며 "규제에는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관련 내용과 함께 보조금 지급, 세금혜택 등 재활용 산업 지원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2012년 배터리 생산업체에 폐배터리 재활용을 유도한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을 시작으로 관련 법률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미국은 EU·중국에 비해 다소 늦게 정책을 꾸렸지만, 정부 차원의 강력한 투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5월 초당적 기반시설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을 통해 배터리 제조와 재활용 시설 투자에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배터리 원료를 공급망으로 되돌리기 위한 재활용 공정을 개발하는데 6000만달러를 별도로 투자키로 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물론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나라 규제와 연동해 제도 적용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유럽, 미국에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활용 원료 함유량에 규제를 걸어서다. 국내 기업이 유럽, 미국 등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규제에 따라야 하므로, 우리 정부도 타 국가의 규제를 따라 제도 적용을 할 수밖에 없다.

올해 유럽연합에서 통과된 지속가능한 배터리법 수정안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는 오는 2030년부터 니켈(4%)·코발트(12%)·리튬(4%)·납(85%)의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이 의무화되며, 2035년부터 이 비율도 증가한다.

최근 발효한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는 북미 혹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추출·처리·가공한 광물의 비율에 따라 보조금 규모를 결정한다. 내년에는 이 비율을 40% 이상, 오는 2027년까지는 8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재활용 규제 개선, 첫발 뗐지만

우리 정부가 제시한 규제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시 해당 배터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전기차 배터리 전(全)주기 이력관리 체계가 구축된다. 아울러 사용 후 배터리 진단·검사, 재사용제품 제조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내부제어시스템 정보 공유방안이 마련된다.

이는 글로벌 국가의 흐름과 유사한 정책이다. 중국의 경우 이미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포함한 배터리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BMS는 배터리의 전압·전류·온도 등을 실시간 검출해 배터리의 전기적 상태를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잔존용량(SoC)과 잔존수명(SoH)을 추정할 수 있어 재활용 업체 입장에선 공정의 안전·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보다. 하지만 이는 배터리 제조사 고유의 기술이라 대외공개를 꺼린다.

유럽도 재활용 업체의 BMS 접근권을 허용한 규정을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EC 관계자는 "BMS에 대해 정당한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접근을 제한한다는 것은 공익의 문제"라며 "합법적·사업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제3자가 BMS 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국내 규정에 이를 적용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체가 BMS 공개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유럽연합 역시 BMS 공개로 정책방향을 잡으면서 완성차·배터리 업체 반발을 피할 수 없었다. EC 관계자는 "BMS 데이터 접근과 관련해 완성차·배터리 제조사들의 반발을 기각했다"며 "논의를 통해 BMS 공개 조치가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켰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업계 반발을 최소화하고자 민간 중심으로 사용 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배터리·자동차 제조사,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전문업체가 주도하는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업계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올 하반기 내 출범 계획인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아직 첫 논의조차 못했다. 배터리 재활용산업 성장 가능성이 확실한 만큼, 선제적이고 과감한 제도 확립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얼라이언스 구축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민간 시장을 어떻게 창출할 것이고, 어떤 부분까지 공유가 가능한지 완성차 등 업계 논의를 통해 정한 내용을 기반으로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자 역할·부담 잘 나눠야

특히 배터리 재활용 규제를 마련하는 목적이 지속가능한 전기차 시장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산업의 선순환을 위해 이해관계자간 역할과 부담,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전기차를 만드는 완성차, 배터리 제조사, 재활용 업체, 정부 등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또 미국, 중국, EU 등 주요국의 정책과 업체들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면서 전략적 판단을 할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올초 유럽 배터리 제조연합(Eurobat)은 "폐배터리 재활용에 따른 수익은 재활용 원료를 활용해 배터리를 재제조한 기업이 차지하므로, 배터리 생산자가 아닌 재제조 기업이 재활용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등 불협화음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자동차협회(ACEA) 또한 폐배터리 수거 및 재활용에 대한 책임은 차량 제조기업이 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완성차가 폐배터리 회수의 책임을 지도록 한 이후에, 각 업계가 재활용 관련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도록 하는 규제를 새롭게 내놓고 있다. 

미국은 재활용의 친환경적 측면에 대한 규제보다는 재활용 기술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는 새로운 배터리 재활용 기술 및 표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미국은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친 자국 내 생산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인센티브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완성차·재활용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모으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많은 경우의 수를 다 보고나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초기 단계이므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인데, 자칫하면 제도가 현실속도를 못따라갈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배터리를 재제조하는 경우, 전기차에서 나오는 사용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 자전거에 다시 쓰는 경우, 화학적으로 원재료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경우 등 재활용 형태에 따라 관리와 책임 문제가 달라질 것"이라며 "어떤 업체가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어떤 제조 업체가 책임을 지는지는 각 비즈니스모델(BM)이 정착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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