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35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병원 진료와 치료 비용, 변호사 선임과 손해배상 비용 등 직접비용에 스트레스로 인한 능력 저하 기회비용 등 간접비용을 더한 결과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뒷받침뿐 아니라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악성댓글 문화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악성댓글,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주최로 열렸다.
연구소에 따르면 악성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비용은 30조~35조원으로 집계됐다. 악성댓글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난에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특정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나 인신 공격적 발언 등을 게시하는 글을 말한다. 악성댓글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계량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병원 진료와 치료 비용, 변호사 선임과 손해배상 비용 등 직접비용과 스트레스로 인한 능력 저하 기회비용 등 간접비용이 포함됐다. 주요 비용 항목을 보면 불안·우울로 인한 행복 상실 기회비용이 약 29조원에 달해 가장 많았다.
연구소가 전국의 만 20~69세 인터넷 이용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46.5%가 직·간접적으로 악성댓글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악성댓글의 가해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80.5%)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댓글의 유형으로는 욕설이나 근거 없는 비난, 모욕, 명예훼손, 인신공격, 험담, 혐오 내용이 담긴 비난형(49.9%)이 가장 많았다. 루머형(41.4%), 협박형(29.9%), 여론 형성형(28.7%), 성적 수치심 유발형(25.3) 등이 뒤를 이었다.
김범수 바른ICT연구소 소장(연세대 정보대학원 원장)은 "IT 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악성 댓글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악성댓글 노출 환경에 대한 정책 제안·실현과 함께 다양한 개인들이 악성 댓글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만큼 교육·홍보 활동을 통해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악성댓글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범죄 수준에 이르는 악성댓글에 대해서는 강력 처벌을 통해 악성댓글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악성댓글에 맞서 적극적·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며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상호작용에서의 에티켓과 윤리를 이용자가 깨닫고 체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넛지(강압보다는 부드러운 방식을 통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방식을 통해 악성댓글 문화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법률이나 제도를 통해 악성댓글을 막고자 하면 발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익명성 때문에 사람들이 악성댓글을 단다는 것에 착안해 댓글 다는 곳에 사람의 눈 모양 그림을 넣었더니 댓글의 퀄리티가 높아졌다"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감정분석기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이 이 댓글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보여줬더니 댓글이 악성에서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악성 댓글이 유통되는 주요 통로인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자발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악성댓글을 유통하는 매개 사업자들이 악성댓글에 대한 제재나 계정을 정지하는 등 자발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법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진 교수는 "사업자들이 피해자를 위해 악성댓글에 대한 임시조치를 했더라도 자칫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매개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책임을 면제하거나 줄이는 방향의 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