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그룹이 항암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설립한 '아이디언스'가 설립 3년여 만에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 같지 않은 IPO 시장에서 아이디언스는 시장가치 및 미충족 수요가 높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동제약그룹 계열사 아이디언스는 지난 17일 IPO 추진을 위해 DB금융투자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아이디언스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초기 연구단계는 하지 않고 오직 임상시험 등 개발에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전문회사다.
모회사인 일동홀딩스는 2019년 아이디언스를 설립하고 일동제약의 유망 항암제 파이프라인 후보물질인 '베나다파립(Venadaparib)'을 아이디언스로 기술이전했다. '베나다파립'은 DNA에 손상된 가닥을 복구하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단백질을 억제하는 PARP 억제제다. PARP 억제제는 BRACA(손상된 DNA 이중가닥을 수리‧복구해 암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단백질) 유전자 돌연변이로 암이 생긴 환자가 주요 타깃이다.
아이디언스는 위암‧유방암‧난소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로 개발 중이며 국내외에서 1b/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임상 및 파트너사 발굴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베나다파립'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희귀의약품 7년간 시장독점권 부여 △세액 공제 △임상 보조금 지원 △허가 신청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이디언스는 일동제약의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후보물질 'ID11916'에 대한 공동연구개발 및 기술실시 계약도 체결했다. ID11916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과 삼중음성유방암(TNBC)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파이프라인은 시장 가치와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은 영역이다. 특히 회사는 베나다파립이 약물 특성상 동종 계열의 기존 치료제에 비해 적용 가능한 환자군과 암 종류의 범위가 넓고, 단독 요법뿐 아니라 타 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이 가능하며, 독성 등 안전성 측면에서도 차별점을 지녀 상업적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이디언스는 오는 2024년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투자 유치 및 상장 요건 충족에 나설 예정이다.
아이디언스 관계자는 "베나다파립과 관련한 임상 개발 및 라이선스 아웃 추진과 함께 신규 물질 추가 확보를 통한 파이프라인 확대 등을 지속할 것"이라며 "IPO를 대비한 투자 유치와 기업 가치 극대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IPO를 진행한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공모청약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으면서 아이디언스 역시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월 상장한 노을의 공모 청약 경쟁률은 8.7대 1, 지난 4월 상장한 루닛은 9대 1, 지난 6월 상장한 보로노이는 5.57대 1로 모두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리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침체로 IPO 시장 중에서도 특히 바이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면서 "주식 하락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IPO를 끝까지 추진하더라도 이전에 계획했던 만큼의 자금 확보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