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4 양극재 기업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늘려갈 예정이다. 다만 오는 3월 결정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에 따라 해외 투자 진출 속도와 규모에는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올해도 대규모 투자 지속
LG화학은 지난해 1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30억 달러(약 4조원) 이상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025년 말 양산에 들어가 2027년 연산 12만톤(t)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올 1분기 중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포항에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오는 올해 3만톤, 2025년 3만톤 규모로 건설하고 있다. 최근 삼성SDI와 체결한 40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물량도 이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지난해 10월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내 완공한 CAM7 공장의 본 생산을 올해부터 시작한다. 나아가 국내 양극재 공장인 CAM8, CAM9을 비롯해 유럽, 북미 등 해외 공장 건설 등 국내외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엘앤에프는 중장기 생산능력 목표를 2026년 43만톤으로 올려잡았다. 기존까지는 2024년 22만톤을 목표로 했는데, 시점을 연장하며 규모도 두 배가량 늘렸다. 국내는 28만~30만톤, 해외는 10만~13만톤으로 제시했다.
결정은 IRA 이후로
다만 투자 시점과 규모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재무부가 발간한 IRA 백서에서 양극재를 FTA 체결국에서 조달해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소재로 구분해서다.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을 반드시 북미에서 생산하지 않아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제조해 수출을 해도 된다.
이전까지 양극재는 IRA 항목의 핵심광물에서 제외돼 있어, 양극재 제조사들은 북미 진출 부담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LG화학을 비롯해 양극재 제조사들이 앞장서 북미 투자 계획을 밝혔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양극재 제조사들이 해외 진출을 접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전기차 시장 성장의 핵심 국가기 때문에, 북미 투자는 '선택'이 아닌 '시점'의 문제여서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IRA보다 오래전부터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추구해왔다"며 "우리의 전략은 세계 3대 권역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이고 미국은 그중 한 곳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 주요 시장이고 기업은 시장과 고객이 있는 곳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IRA 규정 변동으로 투자 결정을 취소할 가능성은 적다"며 "IRA의 세부규정이 발표되는 오는 3월 이후 투자 규모나 시점을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내 양극재 제조사들은 투자 결정은 확정했지만, 오는 3월 이후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GM과의 캐나다 법인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외 법인은 IRA의 상세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이후 구체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라며 "해외 진출은 내부 수익성 타깃인 7% 이상을 보장 받아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엘앤에프도 "아직 IRA가 실제로 도입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달려있기 때문에 법안 확정 전까지는 비용, 수익성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12월 IRA 백서가 나오기 전에는 전구체 투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양극재 생산 공정 일부를 미국에 이식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레드우드머티리얼즈와 진행 중인 합작법인(JV)에 대해서도 "IRA 세부규정이 확정돼야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할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속도를 늦췄지만, 해외 진출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