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주주총회. 현장은 여느 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총 시작 직전에 사람이 몰렸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전체 3600석 중 6분의 1 수준인 600여명만이 자리를 채웠다. 작년 참석자인 1600여명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주주 늘었는데 주총참여도 줄어
이날 삼성전자는 주주 600여명, 기관투자자들,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총은 사전 신청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도 중계됐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삼성전자의 전체 주주 수에 비하면 미미한 관심도다. 지난해 연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주주수는 581만4080만명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지난 2020년 (약 215만명)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주총에 참여하는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부터 주총 관련 우편 발송을 중지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주총 참석장, 소집통지서, 주주통신문으로 구성된 우편물을 발송하지 않고 전자공시시스템과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전자공고로 대체했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올해는 참석장이 안 와 미리 확인하지 않았으면 참석하지 못할 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주총은 현장 볼거리를 더해 참석 주주들의 반응이 좋았다. 삼성전자는 주총 현장에 포토존부터 에코패키지 체험존, 응원 메시지 월까지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2021년 이후 개인주주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0~30대 젊은 주주들도 많이 늘어난 점을 반영한 것이다.
3년 만에 주총에 참석했다는 한 주주는 "작년까지는 코로나 감염 우려가 있어 참석하지 않았는데, 서초사옥에서 했을 때보다 넓고 쾌적해 대기없이 입장했다"며 "여러 행사도 많고 안내를 잘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왜 동문서답 하냐" 주주 불만 토로도
이날 주총에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당초 관전 포인트로 예상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종희 DX 부문장(부회장)은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으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은 한종희 부회장과 이정배 DS(반도체) 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사업부문별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과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는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다만 원론적인 답변에 불만을 토로하는 주주들도 있었다. 한 주주가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냐"고 묻자 한 부회장은 "여러 대내외 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관련 사항을 충분히 감안해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첫번째 답변을 내놨다.
이에 다른 주주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동문서답으로 답했다"며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주총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왔는데 상당수가 짜여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다시 지적하자, 한 부회장은 "사실관계 등 자세한 내용 확인이 필요해 주총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바로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불경기때 삼성전자 대응은
이밖에 현재 삼성전자의 당면 문제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경우 올해 전년 대비 6% 역성장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정배 사장은 "글로벌 불확실성 여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시장은 5G, AI 등 신규 응용처를 중심으로 중장기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고성능 CPU 출시, 메타버스, AI, 자율주행 등 영향으로 메모리 수요를 지속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여러 변수로 쉽지 않지만, 미래를 대비하고 언제든지 사업 우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쟁점이 된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선 "지난 2월 말 세부 시행령이 발표돼 현재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21일 국내 출시를 앞둔 애플페이 관련 대응에 대해선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이 답했다. 노 사장은 "이 자리에서 경쟁사 서비스를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삼성페이는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등을 통해 국내에서 온오프라인을 포함 폭넓은 커버리지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결제처 확대, 신분증·티켓·디지털 키 등 삼성페이 편의 기능을 강화해 삼성전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확대하겠다"고 부연했다.
10년 만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 재도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국내에 OLED TV를 도입하게 됐다"며 "작년 하반기 글로벌 본격 도입 이후 회사가 목표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라인업과 도입 지역도 확대되기 때문에 전년 대비 판매 확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