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슈퍼섬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슈퍼섬유는 강철보다 가볍지만 높은 강도를 지녔다. 그 덕에 무게를 줄여야 하는 전기차, 항공우주 산업 등에서 수요가 늘었다. 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태광산업 등 국내 소재 업체들은 슈퍼섬유 생산력을 늘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슈퍼섬유' 뜨는 이유
탄소섬유는 철보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다. 가격이 철보다 비싸도 최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탄소섬유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탄소섬유는 탄소가 90% 이상 함유된 섬유로,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철보다 강도가 10배 이상 높고 부식에 강하며, 전도성, 내열성이 뛰어나다. 이에 태양광 단열재, 풍력발전 블레이드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탄소섬유 수요가 늘고 있다.
또 항공우주 산업과, 완성차 분야에서도 탄소섬유에 주목하고 있다. 비행기와 우주선, 자동차 등 연료를 사용하는 운송 수단은 무게를 줄일수록 연비를 늘릴 수 있어서다. 특히 전기차는 무게를 줄여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탓에 탄소섬유 사용이 늘고 있다.
탄소섬유뿐만 아니라 아라미드도 수요가 늘었다. 아라미드는 철보다 탄성이 좋고, 5배 높은 강도를 가진 신소재다. 500℃ 이상의 고온에서도 변형이 없다. 주로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나 5G 광케이블 내부 소재로 사용되며, 방탄 장비에도 쓰인다.
아라미드 역시 전기차 보급의 수혜를 입었다. 전기차용 타이어에 아라미드가 많이 사용돼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해 내연기관 차 대비 20% 정도 더 무거운 데다 가속력이 높아 타이어 마모가 빠른 편이다"며 "이 탓에 전기차용 타이어를 중심으로 강도가 높은 아라미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광케이블 사업이 확대된 점도 아라미드 수요가 늘어난 이유다. 아라미드 섬유는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와 뛰어난 인장력을 지녀 5G용 광케이블을 내부에서 지지해 주는 보강재 역할을 해서다.
'생산경쟁' 시작됐다
슈퍼섬유에 대한 수요가 늘자 국내 소재 업체들도 생산능력 확보에 나섰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19년부터 탄소섬유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 회사는 당시 2029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오는 2025년까지 총생산량을 1만9000t(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고부가 시장으로 평가받는 항공우주, 방위 산업 시장을 바탕으로 향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탄소섬유는 강도에 따라 크게 T300부터 T1200으로 구분하는데, 숫자가 클수록 고강도다. 보통 T1000 이상부터 자동차 경량화 소재, 항공우주와 방위 산업용으로 사용한다.
효성 관계자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사용되는 탄소섬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량 기준 15%의 비율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약 3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다"라면서 "다만 이 분야에선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탓에 전 세계적으로도 고부가가치 탄소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는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태광산업은 아라미드 생산능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7500t 수준이던 경북 구미 공장의 아라미드 생산능력을 올해 하반기 1만5000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양산은 하반기부터지만 이 회사는 지난 1월부터 사전 계약에 나섰고, 현재 총생산량의 절반(7500t) 이상 수주 계약을 따낸 상태다.
태광산업도 지난해 12월 울산 화섬에 위치한 아라미드 공장에 1450억원을 투자한다. 현재 1500t 규모인 아라미드 생산량을 2025년까지 총 5000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섬유 시장은 최근 수요가 대폭 늘면서 내부적으로는 올해부터 판매자 중심 시장으로 진입할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면서 "최근 여러 업체가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는데,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향후 수익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