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대한항공은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퇴역 항공기로 만든 4000개 한정 네임택이 판매 첫날 완판된 것이다. 퇴역 항공기를 제작사에 반납하지 못해 분해하기로 결정한 것이 되레 호재가 됐다. 당시 대한항공 내부에서 퇴역 항공기를 굿즈로 업사이클링(up-cycling)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덕이다.
퇴역 항공기는 대한항공 최초의 보잉 777. 편명은 HL7530이다. 1997년 3월부터 대한항공 승객들을 태우고 중장거리 노선을 누비다가 2019년 12월 홍콩~인천 비행을 끝으로 퇴역했다. 23년간 HL7530이 운항한 횟수는 총 1만6903회, 운항시간은 10만682시간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한 역사를 함께한 HL7530을 굿즈로 재탄생하는 건 실제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에게도 의미있는 기념품이 되겠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대한항공은 바로 항공기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 'KOREAN AIR' 로고 부분이 있는 항공기 표면이 네임택으로 재탄생됐다. 로고 부분을 잘라 만들었기 때문에 색상은 모두 제각각이다. 각 네임택에는 번호도 각인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네임택인 셈이다.
네임택 구매는 마일리지로만 살 수 있었음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마일리지몰 서버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반응이었다. 대한항공은 2021년 9월 퇴역 항공기 보잉747-400을, 올해 5월에는 보잉777-200ER을 각각 해체해 네임택을 제작하며 흥행가도를 이어갔다.
퇴역 항공기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건 항공사만이 가능한 ESG 경영으로 평가받는다.
비행기 재활용 협회인 AFRA에 따르면 항공기의 최대 85%를 재활용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컴퓨터, TV 등의 회로 기판으로 재생산됐는데 최근 들어선 커피 테이블이나 램프, 네임택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항공기 외에도 낡은 구명조끼, 기내 담요 등이 노트북 파우치나 지갑 등으로 재탄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버려지는 자원이 지속적으로 선순환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을 보여준 것"이라며 "공군에서는 퇴역 항공기 내부를 수리해 면회실로 새롭게 단장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도 이달 1일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에 동참했다. 유니폼 청바지로 필통을 만들어 기내 이벤트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청바지 폐기 시에도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이번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으로 환경 보존에 이바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2021년 이사회 산하에 ESG 전담조직인 ESG사무국을 신설한 대한항공에 이어 진에어는 이듬해 5월 기존 거버넌스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개편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ESG사무국도 새롭게 출범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ESG 등급 종합 B+를 받았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고 등급이다. 대한항공은 종합 A등급으로 업계 선두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