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6년까지 약 300대의 공항버스를 포함해 대중교통 약 1300대를 수소 버스로 전환하기로 했죠. 이처럼 수소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친환경적인 데다 고갈될 우려도 없고,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체상태 수소는 부피가 커 운송과 저장에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소 상용화를 위해선 액화수소 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기체상태의 수소를 액체로 바꾸는 기술과 액화수소의 장점에 대해 알아볼게요.
운송·저장 쉬운 액화수소
현재 수소는 주로 기체 형태로 저장·운송합니다. 부피가 큰 기체 수소에 압력을 가해 최대한 압축, 고압용기에 보관하는 '고압기체 저장기술'을 사용하죠.
하지만 기체수소는 부피가 큰 탓에 저장과 운송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때문에 업계에선 향후 수소 시장이 확대된다면 기체수소보다 액화수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액화수소 부피가 기체수소의 800분의 1 수준으로 작기 때문이죠. 기체수소 800L(리터)를 액화수소로 변환하면 약 1L 정도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실제로 기체수소 충전소는 약 250평이 필요하지만, 액화수소 충전소는 약 80평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 설치하기 유리한 조건이죠.
하지만 기체상태의 수소를 액체로 변환하기 위해선 영하 253℃라는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수소의 끓는 점이 영하 253℃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액화수소 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이 초저온 냉각기술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기체 상태의 수소를 영하 176℃의 액체질소와의 열교환을 통해 온도를 낮추고, 이를 압축기로 압축합니다. 이후 압축된 기체수소를 좁은 밸브를 통해 분사해 액체로 만드는 원리입니다. 기체수소가 좁은 밸브를 통해 분사되면서 압력이 급격히 낮아지면, 온도가 내려가 액체 상태로 변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활용되는 원리가 '줄 톰슨 효과(Joule-Thomson Effect)'입니다. 줄 톰슨 효과란 압축된 기체가 좁은 구멍을 통해 방출되는 과정에서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알아야 하는데요. 열은 분자들이 충돌해 발생합니다. 압축된 기체의 분자들은 서로 간격이 좁아 잦은 충돌을 일으켜요. 만약 압축된 기체를 급속도로 팽창시키면 분자 간 거리가 멀어져 충돌이 적게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온도가 내려가는 원리죠.
비유하자면, 사람이 입을 크게 벌린 상태에서 입김을 불면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만 입을 작게 오므린 상태에서 불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입김이 좁은 입구멍을 통해 강력하게 분사되면서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아지게 되는데, 이때 줄 톰슨 효과에 의해 입김의 온도도 내려가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액화수소는 장점이 많습니다. 작은 부피 덕분에 기체수소보다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죠. 보통 기체수소는 200bar(바·단위면적 당 압력의 단위, 1bar=1.019716kg/cm²) 압력의 저장용기에 300kg 정도를 담아 튜브 트레일러로 수송하는데, 액화수소는 3t(톤) 정도를 운반할 수 있습니다. 기체수소보다 10배 많은 수소를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셈이죠.
아울러 높은 압력이 필요한 기체수소와 달리 타이어 압력(3bar)보다 낮은 보통 대기압(1bar) 정도의 압력에서도 저장 및 운송을 할 수 있어 안전성도 높습니다. 운송·저장 탱크 내 압력이 높으면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이죠. 또 밀도가 높아 충전 속도가 기체수소 대비 빠르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불붙은 액화수소 시장 경쟁
액화수소가 향후 수소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여러 기업이 액화수소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우선 SK그룹은 2025년까지 약 18조원을 투자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중심에 SK E&S가 있습니다. SK E&S는 현재 인천 지역에 연산 3만t(톤)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요. 이 공장은 오는 11월 완공돼 액화수소 생산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렇게 생산된 액화수소는 'SK플러그하이버스'가 구축하고 있는 액화수소 충전소 약 40여개소를 통해 공급될 예정입니다. SK플러그하이버스는 SK E&S가 미국 '플러그파워(PlugPower)'와 공동 설립한 합작회사입니다. 최근엔 서울시와 원주시에 보급될 수소버스에 액화수소를 공급한다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SK가스도 액화수소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 회사는 울산 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해 수소 사업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계획이죠. LNG를 얻기 위해선 천연가스의 온도를 영하 163℃까지 낮추는 공정이 필요한데, 이때 발생하는 냉열을 활용해 값싸게 액화수소를 얻겠다는 계산입니다.
효성그룹도 액화수소 사업에 적극적입니다. 효성그룹은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점유율 1위인 린데그룹과 손잡고 수소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린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액체수소 생산기술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죠. 효성중공업과 린데는 액화수소 사업을 추진할 생산 합작법인 린데수소에너지를 설립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21년부터 울산에 건설하기 시작한 수소액화공장이 오는 12월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의 수소액화공장은 액화석유가스(LPG)로 프로필렌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수소를 액화하는 곳입니다. 이 공장에선 연산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요. 이는 수소차 10만대를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는 물량이죠.
수소액화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액체수소 충전소도 만들 계획입니다. 판매는 합작법인 효성하이드로젠이 맡는다. 우선 울산시에 1호 충전소를 만들고, 정부의 대형 상용 수소차 보급 정책에 따라 전국 30여곳에 대형 액체수소 충전소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액화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은 수소 시장은 기체수소 위주지만 향후 수소 액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액화수소가 수소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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