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전기차의 조건은 뭘까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한 거리가 하나일 겁니다. 한 번 충전하는데 30~40분은 족히 걸리다 보니 최대한 오래 달리는 모델이 선호되고 있지요. 때문에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주행거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기아가 출시한 대형 전기SUV EV9은 1회 충전에 501km까지 달립니다. 동급 전기SUV 중 최고 수준입니다. 기아가 대형 전기suv의 주행가능거리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요.
고전압 배터리로 기초 체력 높여
기초 체력이 좋아야 오래 달릴 수 있듯, 전기차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야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기아는 EV9에 99.8kWh 용량의 4세대 배터리를 적용했습니다. 현대차그룹 통틀어 이 정도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이보다 큰 107.1kWh 배터리를 장착한 타사 전동화 SUV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차량의 1회 충전에 주행가능한 거리는 400km 중반대에 그칩니다. 이보다 적은 용량 배터리를 단 EV9이 오히려 더 멀리 간다는 건데요. 배터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배터리만으로는 주행가능 거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공기저항 줄여 주행거리 추가 확보
배터리 외에 주행가능 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기아가 주목한 건 공기저항입니다.
전기차는 공기저항을 10% 줄이면 주행가능한 거리를 5%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주행 시 공기저항을 크게 만드는 요인은 다름 아닌 바퀴입니다. 자동차 공기저항의 25%가 바퀴 주변부에서 생긴다죠. 달리는 자동차는 맞바람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바퀴 주변에서 공기가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도록 해야 하는 게 필수입니다.
기아는 택한 방법은 바로 3D 언더커버입니다.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지 않고 오목·볼록한 형상을 구현하는 것인데요. 3D 언더커버는 다른 전기차 브랜드에서도 종종 적용하곤 합니다. 공기의 흐름이 보다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합니다.
EV9에 적용된 3D 언더커버의 경우 차체 중앙에 위치한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면 하부는 지면을 향해 볼록하게, 후면 하부는 오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뒤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유선형으로 공기저항을 더 줄여보려고 한거죠. 후면 하부에서 생기는 소용돌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기아는 EV9에 알맞은 3D 언더커버를 만들기 위해 여러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합니다. 신용수 기아 공력개발팀 책임연구원은 "타사 전기차들의 언더커버를 분석하기도 했다"고 말했어요.
3D 언더커버 적용만으로 기존 평평한 언더커버 대비 공력성능은 약 3% 개선됐다고 합니다. 차량 전비가 약 1% 개선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네요.
3D 언더커버는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기아 등 현대차그룹 통틀어 EV9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고 해요. 이번에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향후 출시될 전기차에도 적용할 거라고 하네요.
신 책임연구원은 "차량마다 범퍼가 다르고, 범퍼 모양에 따라 공기 유동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출시되는 모델마다 최적의 형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