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은 FOD나 OTA 등의 시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아의 SDV 전환에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이달초 서울 성수동 기아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전시장에서 만난 기아 관계자의 말인데요. 이날 기아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와 'FoD(Features on Demand)'였어요.
SDV는 과거 '테크따라잡기'에서 한번 다룬 적이 있는데요. FoD라는 용어가 생소했습니다. 기아가 발표한 SDV 전략이 조금 더 구체화된 것이라고 하는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관련기사:자동차 업계가 '정신' 강화 나서는 이유(1월29일)
고객편의 초점 맞춘 FoD
우선 SDV에 대해 간단하게만 짚고 갈게요. SDV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인데요. 과거에는 엔진, 변속기 등 하드웨어적 요소가 자동차의 품질을 결정지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중요해지는 추세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신년사에서 "SDV 개발 역량을 확보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며 SDV 중요성을 직접 언급했고요.
그렇다면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FoD 무엇일까요. FoD는 차량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하는데요. 우리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다운운로드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에요.
SDV는 FoD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요. SDV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에 관한 모든 것'이라면 FoD는 SDV를 통해 선보일 수 있는 서비스 중 하나이니깐요. 무선으로 차량을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역시 SDV 일환 중 하나이고요.
기아는 FoD 서비스를 자사 프로그램인 커넥트 스토어 상품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래요. 이번 EV9에서 선보일 FoD 서비스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라이팅 패턴 △스트리밍 플러스 등 크게 3가지예요.
기아는 FoD 서비스가 적용되면 소비자들의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과거에는 차량 출고 전 모든 기능과 옵션을 선택해야 했지만 FoD 서비스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차량을 이용하다가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관련 서비스를 구매하면 되니깐요.
FoD를 통해 구매한 상품은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물론 월간 단위로 결제해 이용할 수도 있고요. 장영광 기아 커넥티드서비스 기획팀 책임매니저는 "리스, 렌트 등 차량 구매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FoD 서비스 기간도 다양하게 내놓게 됐다" 말했어요.
기아는 FoD 서비스를 통해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확장성을 더 넓혀나갈 계획이래요. 현대차그룹은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품과 사운드, 디스플레이 등과 관련된 FoD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김도한 기아 커넥티드 상품전략팀 책임 매니저는 "자동차가 이동 수단이라는 기본 역할을 넘어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화하기 위해 FoD를 적용한 것"이라며 "FoD 서비스는 SDV 체계에서 구현될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상품'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어요.
소비자 인식, 개선할 수 있을까
FoD가 국내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어요. 사실 FoD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는 않아요. 이미 출고 전 옵션을 선택한 고객 입장에서는 '내가 또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돼?'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죠.
BMW 사례를 한번 볼까요. 지난해 BMW그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열선 시트, 열선 핸들, 하이빔 어시스턴트 등에 대한 FoD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국내 홈페이지에도 이에 대한 공지가 올라왔었죠. BMW코리아 측은 "본사 홈페이지가 국내 홈페이지에 연동된 실수로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당시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열선을 이용하려면 매달 돈을 내야 하느냐'는 냉랭한 반응들이 많았어요.
테슬라는 국내에 한정적인 FoD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요.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서비스인데요. 월마다 일정 가격을 내면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OTT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미국에서 서비스 중인 FSD(완전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는 국내에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고요. 여러 국가에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내놓는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죠.
기아는 FoD에 대한 국내 소비자인식을 감안,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기존 선보였던 서비스들은 최대한 유지하되 개인화에 초점을 맞춰 FoD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죠. 특히 "안전과 직결된 기능들은 FoD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고요.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 교수는 "(OTT 플랫폼과 달리) 아직 자동차는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개념이 잘 자리 잡혀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라며 "FoD 서비스가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능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정말 소비자 편의와 필요에 의한 서비스들만을 (FoD 서비스로) 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어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