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주력 제품인 카메라모듈에 투자하며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작년 12월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1조6563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데 이어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베트남법인에 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올해 흥행이 예고된 애플 아이폰15를 비롯 MR(혼합현실)·확장현실(XR)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발 빠르게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베트남 법인에 1.3조 투자
LG이노텍은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증설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26일 밝혔다. 투자 기간은 2023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로 베트남 생산법인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신규 공장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베트남 법인은 LG이노텍 해외법인 중 가장 큰 규모로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을 주로 생산해 왔다. 이번 증설 투자로 베트남 공장의 카메라모듈 생산능력(CAPA)은 2배 이상 확대된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고객사의 대규모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베트남에서 생산시설을 확대함에 따라 국내 사업장에서는 고부가 제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LG이노텍 측은 국내 카메라모듈 사업장에서 고부가 카메라모듈을 비롯해 XR 등 신규 애플리케이션용 광학부품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LG이노텍은 경북 구미, 경기 파주 등에서 카메라모듈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에는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 기판과 카메라모듈 생산 확대를 위해 1조4000억원을 들여 기존 운영 중인 구미 1A·1·2·3공장에 이어 4공장을 추가로 확보하기도 했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국내외 공급망을 탄탄히 다지며 글로벌 사업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로 LG이노텍만의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XR 수요 적극 대응
LG이노텍은 이번 투자를 통해 전 세계 카메라모듈 시장에서의 우위를 굳히겠다는 포부다. LG이노텍은 지난 2011년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애플 아이폰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주요 공급사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5에 탑재될 폴디드줌 카메라를 LG이노텍이 독점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폴디드줌은 망원렌즈를 가로로 설계해 빛을 굴절시켜 이미지 센서에 전달하는 카메라다. 망원렌즈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스마트폰 카메라가 튀어나오는 '카툭튀'를 해결할 수 있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15 전 모델에 4800만 화소 카메라를 적용하고 최상위 모델에는 폴디드줌 카메라를 탑재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LG이노텍은) 공급망 내 단독으로 폴디드줌 공급을 앞두고 있어 ASP(평균판매가격) 상승 효과에 따른 수혜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아이폰 판매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LG이노텍에 긍정적이다. 작년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4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자, 올 1분기 LG이노텍의 영업이익률은 3.3%로 전년 동기 대비 6.0%P(포인트) 감소한 바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최근 아이폰8·X에 대한 업데이트 지원을 종료해 올해 평년보다 높은 업그레이드 수요가 예상된다"며 "이는 아이폰14 이연 수요, 아이폰12 교체 수요와 함께 아이폰15 잠재 수요에 추가 반영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