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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음파탐지 힘든 잠수함 만들자'…한화오션의 미션파서블

  • 2023.09.18(월) 14:23

시흥R&D캠퍼스, 특수선 소음저감 연구중
"초격자 방산기업으로 도약" 다짐

[시흥=나은수 기자] 한화오션 시흥 R&D캠퍼스 내 위치한 음향 수조. 연구원이 실험에 돌입하자 가상 엔진음과 함께 쐐기형 설비 주변에 흰색 기포(공기방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실험은 설비 주변에 공기 방울을 형성시켜 설비 내 발생 소음을 저감하는 마스커 에어시스템(Masker-Air System) 연구다. 

한화오션은 최근 '소음 잡기' 연구에 진심이다. 이 기업이 중점을 찍은 방산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선 군용선박의 발생소음을 줄이는 게 중요해서다. 한화오션이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시흥 R&D캠퍼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소음 잡는 수조시설 살펴보니

음향수조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R&D 캠퍼스는 2020년 준공됐다. 현재 330여명의 연구원이 스마트십 플랫폼, 자율운항 등의 연구를 진행하며 한화오션 기술 개발의 산실(産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시흥 R&D 캠퍼스를 언론에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에는 특수선 분야에 관련된 연구들이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미래 먹거리로 방산을 점찍은 만큼 이날 방문한 음향수조, 공동수조, 예인수조 역시 이와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날 처음으로 방문한 수조는 음향수조였다. 외관만 보면 큰 수영장과 다를 바가 없지만 이 곳은 방진, 방음을 위한 이중벽 설계, 불필요한 반사음 감소를 위한 특수 재질 등 최첨단 설비로 무장돼있다. 국내 조선업계 중 음향수조를 갖춘 곳은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음향수조는 길이 25m, 폭 15m, 깊이 10m 크기로 수조에는 약 3100톤(t)의 물이 들어간다"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기 위해 수조벽 두께가 1m로 매우 두껍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전에 실험 세팅을 해놓으면 외부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도 실험이 자동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실제 수중 환경과 유사하게 조성한 음향수조에서는 음파의 파장, 반사, 산란, 회절, 굴절 등 특성을 분석하는 실험이 주로 이뤄진다. 수조 속에 센서들과 대상 표적 등을 집어 넣은 뒤, 여러 방향에서 음파를 쏘고 다양한 실험 결과를 도출해내는 식이다. 연구 대부분은 선박 내 발생 소음을 어떻게 저감시킬 수 있는 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전쟁영화를 보면 잠수함 내 선원들이 헤드폰을 착용해 주변 소음을 탐지하고 적군의 위치를 찾아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며 "이처럼 특수선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선원들의 생존과 직결되므로 소음저감 기술력이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날 음향수조에서 수중 방사소음 저감 기술인 마스커 에어 시스템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는 잠수함 배관 내부의 유체 흐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저감하기 위한 유체 소음기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어떻게 음파가 퍼져나가는지에 대한 연구들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상선 부문에서도 소음 저감이 화두다. 선박 프로펠러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 탓에 돌고래 등 해양 생물들이 피해입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상선 분야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 생태계 및 환경 보호를 근거로 상선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규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선제적인 방산 소음 연구들이 상선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세계 최대 규모로 지어진 공동(空洞)수조에서는 캐비테이션(Cavitation) 현상을 감소시키기 위한 연구가 이뤄진다. 캐비테이션은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물이 100도 아래에서 끓고 기화(기체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수포는 강한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켜 소음 발생의 원인이 된다. 캐비테이션 현상이 줄어들수록 특수선 은폐 능력이 높아진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실제 선박 크기의 30분의 1로 축소한 목업형(Mock-up) 선박을 통해 연구가 이뤄진다"며 "최근에는 선적 바닥에 공기막을 형성시켜 캐비테이션 현상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예인수조(Towing Water Tank)에서는 선박의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예인차가 모형 선박을 끌어 수조로 옮긴 뒤, 인공 파도를 발생시켜 선박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방식이다. 수조 하부에 설치된 장치를 통해 수심(최대 7m)을 조절할 수 있어 상선, 함정 등 다양한 선박 연구가 가능하다.

예인수조 옆에서는 연구에서 사용되는 목업형(Mock-Up) 선박 제조가 한창이었다. 현재 사용 중인 목업형 선박의 소재는 목재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3D프린터로 모형 선박을 제작, 시간과 비용이 기존 대비 20%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3D 프린트를 내년부터 도입하면서 목업형 선박 제조기간이 기존 22일에서 13일로 줄어든다"며 "3D 프린트 선박에 대한 성능 비교 시험도 최근 다 마친 상태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2조원, 알뜰 살뜰 쓰겠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지난 8월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인수 과정에서 투입됐던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재무구조 개선에 맞춰졌다면, 이번 유상증자는 미래에 방점이 찍혀있다. 

특히 방산 분야에 가장 많은 돈을 쏟는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2조원 중 9000억원을 방산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밖에 △친환경·디지털 선박 6000억원 △스마트 야드 구축 3000억원 △해상풍력 토탈솔루션 2000억원 등이 투입된다. 

한화오션은 특수선 건조와 관련한 3단계 투자가 마무리되면 2029년 연간 수상함 4척, 잠수함 5척, 창정비 2척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이번 투자를 발판삼아 2040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은 "이번에 추진하는 유상증자금 2조원을 알뜰, 살뜰하게 잘 써서 멋진 회사로 만들겠다"며 "가장 많은 투자되는 방산 부문에 다양한 설비를 구축, 초격차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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