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인수합병(M&A) 속도를 내며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 달 새 오디오 관련 기업을 두 차례 인수하며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를 꾀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삼성전자로 흡수된 이후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하만의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오디오 제작사 이어 음악 플랫폼까지
하만 인터내셔널이 음악 관리·검색·스트리밍 플랫폼 '룬(Roon)'을 인수했다고 28일 밝혔다. 룬은 음악 애호가를 위한 음악 재생 플랫폼이다. 풍부한 음악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 음악 검색에 용이하고, 호환성이 높아 대부분의 오디오 디바이스와 연결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룬은 모든 PC 운영 체계에서 사용 가능하며 '뉴클리어스(Nucleus)'라는 하드웨어 서버 장치 라인을 제조하고 있다.
인수 이후에도 룬은 하만의 기존 사업부들과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양사는 이번 인수로 룬의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와 UI·UX 디자인 전문성이 더 확장되고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만은 룬의 개방형 에코시스템 유지를 위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룬의 모든 서비스도 그대로 운영된다. 룬은 다양한 제품과 플랫폼에서 매력적이고 개인화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한다는 사명 아래, 디바이스 파트너 및 고객 등 룬 커뮤니티에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성장시킬 예정이다.
하만 라이프스타일 본부장인 데이브 로저스 사장은 "음악 애호가들이 집에서나 이동 중에도 음악을 검색하고,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뛰어난 연결성과 탁월한 사운드를 제공하고자 하는 룬의 열정은 하만과 같다"며 "룬이 하만의 가족으로 합류해 하만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하만의 '플럭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인수 발표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10일 하만은 프랑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오디오 소프트웨어 회사 플럭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플럭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몰입형 오디오 제작 솔루션 제공업체다. 향후 하만은 플럭스의 제작 기술을 오디오 제품과 전장 등 자사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브라이언 디바인 하만 프로페셔녈 솔루션 사업부 사장은 "플럭스 인수는 하만 프로페셔널이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진행 중인 기술 투자의 일환"이라며 "전체 시스템에 걸쳐 포괄적인 제품을 제공해 아티스트, 디자이너, 엔지니어에게 다양한 역량을 부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삼성서 존재감 높이는 하만
하만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카오디오 분야 업계 1위 업체다. 도요타와 렉서스, BMW, 르노, 아우디, 볼보 등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 카오디오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5000만대 이상의 자동차에 하만의 카오디오와 커넥티드 카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하지만 하만은 삼성전자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몇 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당시 인수 금액만 80억달러(약 10조5500억원)에 달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진행한 최대의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지만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삼성전자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전인 지난 2016년 하만의 영업이익은 68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600억원까지 줄었다. 한때 삼성전자와 이재용 회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 2021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자회사 통폐합과 조직 슬림화를 거쳐 연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10배인 6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또 작년 연간으로는 13조2100억원의 매출과 8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을 지속했다.
올해는 더욱 기대치가 높다. 올해 3분기까지 하반의 누적 이익은 83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이익(8800억원)에 육박한다. 올 3분기에도 전장 고객사의 수주 확대와 함께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 및 카오디오 판매가 늘어나,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올해 하만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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