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벤츠코리아 전기차 배터리 허위 광고 혐의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청라 지하주차장 EQE 화재 이후 시작된 조사 결과가 제재 논의 단계로 이어진 건데요. 현재 진행 중인 소비자 집단소송과 맞물려 벤츠 전기차 신뢰 논란은 계속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판매 흐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원인 못 밝힌 청라 화재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EQE 350+ 화재였습니다. 배터리 열 폭주로 추정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끝내 규명되지 못했죠. 경찰은 수사 종료 단계에서 '명확한 발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발표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배터리팩 내부 발열과 외부 충격 손상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그쳤습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전소돼 데이터를 추출하지 못한 탓입니다. 실제 전기차는 한번 불붙으면 완전 연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화재 시 '원인 불명'으로 결론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죠.
화재 이후 관심은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에 쏠렸습니다. 그 전까지 벤츠는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 CATL을 공급사로 언급했지만, 실제 국내 판매 모델에는 중국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돼 있었습니다.
이에 벤츠는 "CATL뿐 아니라 LG·SK 등 다양한 업체와 협력한다"고 설명했지만, 시장 점유율 1%대에 불과한 파라시스를 언급하지 않은 점은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습니다. 제휴 딜러사 교육 과정에서도 CATL 배터리를 쓰는 것처럼 안내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공급사 착시가 소비자 기망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죠.
제재-소속, 동시 압박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현장 조사를 거쳐 최근 벤츠코리아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습니다. 표시광고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표시광고법 위반만 인정돼도 관련 매출액의 최대 2%, 공정거래법까지 함께 인정되면 최대 4%까지 과징금이 가능합니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5조7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수천억 원대 과징금도 산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기차 모델 매출만 반영될 경우 수치는 억대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 자체보다 이번 제재가 소비자 신뢰와 판매 흐름에 미칠 파급효과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판단이 현재 진행 중인 벤츠 전기차 차주들의 집단소송에도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0월 EQE 차주 24명은 벤츠 독일 본사와 수입사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라 화재의 직접 피해자는 아니지만, 원고들은 "벤츠가 광고와 다른 배터리를 사용했다"며 책임을 묻고 있죠. 벤츠 측은 "주장이 막연하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판매에도 악재? 왕관 내려놓나
소비자 신뢰 하락이 판매 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청라 화재 직후인 지난해 8월 벤츠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33대로 전월(269대)의 절반 수준에 그쳤는데요. 전기차 신뢰 논란이 곧바로 판매 수치로 드러난 겁니다. 다만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체 판매를 지탱하면서 충격은 제한적인 것처럼 보였는데요. 같은 달 전체 신규 등록은 5286대로 전달보다 21% 늘었기 때문이었죠.
겉으로는 판매가 빠르게 회복된 듯 보였어도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 전체 판매에서 순수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6.7%였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는 2.3%로 떨어졌습니다. 불과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거죠. 화재와 배터리 논란이 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는 전체 판매 순위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1월에는 BMW에 1위를 내줬고, 5월에는 테슬라에 처음으로 밀려 2위를 기록했습니다. 6월부터는 BMW와 테슬라 모두에 밀리며 3위로 내려앉았고, 7월 점유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했죠.
이처럼 판매 흐름이 약화된 상황에서 공정위 제재와 집단소송까지 겹치면 벤츠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 불신이 길어지면 수입차 시장 판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