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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치밀한 美 제련소 빌드업…법원서 제동 걸까

  • 2025.12.16(화) 06:50

고려아연, 美정부와 테네시에 제련소 구축…美 장관도 지원사격
지분 10% 추가 발행해 사실상 美 손으로…지배구조 변경 전망
영풍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투자' vs '지분희석' 법원 판단 관건

고려아연이 11조원을 들여 미국 현지 제련소를 구축하는 투자 계획을 구체화했다. 전략광물 핵심 소비처인 미국 현지에 제련소를 구축, 전략광물 시장의 지위를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번에 계획한 미국 제련소는 미국 정부로부터 투자를 받아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행되는 만큼 투자 효과가 극대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변수도 있다. 고려아연이 제련소 구축 과정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투자를 받는 대신 합작법인에 지분 10%를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을 지속해온 영풍-MBK 연합은 이러한 구조가 경영권 분쟁에 유리한 우호지분 확보 꼼수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미국 제련소 구축을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 역시 부담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영풍-MBK 연합이 이번 미국 투자 방식의 핵심이 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제지하기 위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법원 판단이 길어질 경우 투자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아연, 美 테네시에 10조 짜리 제련소 구축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전쟁부(국방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제련소 건설을 위한 공동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계획은 '미국 제련소(U.S. Smelter)' 프로젝트로 명명됐으며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운용자금 및 금융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11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고려아연은 내년부터 부지 조성 및 기반 공사, 설계·조달·시공 업체 선정 및 주요 장비 발주를 시작한다. 이후 2027년 착공해 2029년 완공이 되면 아연, 연, 동 등의 제련 설비를 단계적으로 가동한다. 이후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듐,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로 생산 품목을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생산 광물 중 11종은 미국 지질조사국을 통해 발표된 미 내무부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력에 포함돼 있고 이는 미국 국가안보 및 경제안보에 필수적이며 공급 차질위험이 높은 광물"이라며 "이번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은 사업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북미 전략 거점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및 전략산업의 성장으로 전략광물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 내 제련시설 노후화 및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등의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공급을 장기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할 때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구축이 완료되면 미국 시장을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업무협약에 따라 생산되는 전략광물의 확대분 중 일부는 미국에 우선적 매수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가 미국 정부와 공동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미국 전쟁부 및 투자자들이 우선 21억5000만달러(약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초기 자금을 조달한다. 이후 고려아연이 이를 바탕으로 사업수행을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해 제련소 건설 및 관리 감독을 수행한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가 함께 법인을 세워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얘기다. 이후에는 미국 상무부가 칩스법에 따라 미국 장비 조달 등을 위해 추가로 2억1000만달러(한화 3100억원)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거래"라며 "이를 통해 미국은 항공우주, 국방,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자동차 등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 전략광물을 대규모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국 전쟁부 부장관은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로 투자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현지 안련 제련소와 핵심광물 가공 시설을 건설하게 됐다"라며 "테네시주에 들어설 신규 제련소는 750개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항공우주·국방·전자·첨단 제조 전반에서 병목 없는 전략광물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전력 증폭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투자, '과정'이 잘못됐다는 영풍

고려아연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 연합은 즉각 반발했다.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대주주인 영풍이 배제된 데다 경영권 분쟁에 필요한 우호지분 확보에 중점을 둬 투자 계획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미국 정부와 함께 합작법인을 만들고 이 합작법인이 주도적으로 제련소 구축 및 운영에 나서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 전쟁부와 기타 외부 투자자들을 통해 약 3조2000억원을 우선적으로 수혈받고 이후 필요한 자금은 고려아연이 지속해서 투입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고려아연은 안정적인 법인 운영 등을 위해 고려아연 지분 10%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합작법인에 넘기기로 했다. 

관건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고려아연 지분 전체의 모수가 커지게 되고 현재 주주들의 지분율이 줄게 된다. 줄어든 몫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합작법인이 가져가게 되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율은 모두 감소하고 경영권의 캐스팅 보트는 미국 합작법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영풍-MBK연합의 지분은 현재 44%에서 30%후반으로 크게 낮아지고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도 현재 30% 안팎에서 20% 중반으로 낮아진다고 본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합작법인이 최윤범 회장 측에 서게 된다면 최윤범 회장 측 지분율이 영풍-MBK보다 높아지며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영풍-MBK연합이 50%에 가까운 지분을 꾸준히 매집하고 있는데 급작스럽게 주식을 추가로 찍어내고 이를 우호적인 합작법인에 넘기게 된다면 경영권 분쟁 판도의 흐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라며 "게다가 미국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가 마련되면 영풍-MBK연합이 경영권을 되찾아오는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풍 관계자 역시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 출자금 등을 모아 합작법인을 신설하고 이 합작법인이 다시 고려아연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을 택했다"라며 "이 같은 복잡한 우회 출자 구조는 자금조달 목적보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입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풍 측은 고려아연 투자 계획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규정했다. 설립 법인에 약 7조원의 현지 차입금을 고려아연이 연대보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매년 300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재무구조를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올해 3분기 말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7조7380억원이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가 두배 이상으로 뛸 수 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재무 상황이 매우 건전한 데다가 현금 보유액도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자금유출이 심화할 경우 재무상황이 다소 악화할 여지는 있다"고 짚었다. 

법원, 제동 걸까?

이에 영풍 측은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즉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법정 공방이 이어가며 합작법인으로의 지분 이동을 지연시키고 그 기간 안에 경영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영풍의 가처분 신청 시 핵심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위해 추가로 발행되는 주식이 기존 주주 지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담기느냐가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한 상법 전문 변호사는 "고려아연 정관을 살펴보면 외국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주주총회 없이 이를 진행할 수 는 있지만 주식 발행 이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라며 "미국 정부와의 계약과 인허가 등을 원할하게 지원하기 위한 자금조달 목적과 신주 배정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켜 우호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뒀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풍 측의 주장한데로 이번 투자 방식은 이례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영풍-MBK 측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한다면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 방식의 목적을 어떻게 법원에 설명할지가 중요해졌고 영풍 상법 개정안 흐름에 따라 기존 주주의 주권침해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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