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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삼성 반도체, 위기론 이후 1년만 '깜짝 반전 성적표'

  • 2026.01.13(화) 06:50

4Q DS부문 영업이익 16조 안팎 추정
설계·공정 '기본기'로 돌아간 반도체 전략
D램 매출 1위 복귀…메모리 리더십 회복 신호
전문가 "샴페인은 일러…차세대 포폴 염두해야"

/그래픽=비즈워치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반도체 DS사업을 둘러싼 평가는 냉랭했습니다. HBM 경쟁에서 밀렸고 파운드리 적자는 구조화됐다는 지적이 뒤따랐죠. 하지만 최근 공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분위기를 단번에 바꿨습니다.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가운데 16조~17조원이 DS부문에서 나오며 반도체 사업 전반이 수익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신호가 분명해졌습니다. 업황 반등 이상의 변화, 내부 구조 및 전략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시 세운 기본기

1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매출 기준 글로벌 1위 자리를 다시 되찾았습니다. D램 매출은 192억달러, 낸드를 포함한 전체 메모리 매출은 259억달러로 집계됐죠. 전 분기 대비 34% 성장한 수치입니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 가운데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초 HBM 경쟁에서 밀리며 SK하이닉스에 내줬던 선두 자리를 1년여 만에 다시 뒤집은 셈입니다. AI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경쟁 구도의 한 축으로 복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업계에서는 30년 넘게 이어온 D램 리더십을 다시 회복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지난 2024년 단행된 반도체 사업 수장 교체 이후 이어진 내부 변화가 있습니다. 전영현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단기 성과보다 설계와 공정의 '기본기'를 다시 세우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HBM을 포함한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를 공정 속도나 양산 능력에서 찾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술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해법을 차세대 제품에 반영하기 시작했죠.

그해 10월 전 부회장은 실적 부진과 경영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근원 경쟁력의 문제를 직접 지적했습니다. 문제를 덮기보다 드러내고 고치겠다는 메시지였죠. 내부에서는 이 시점을 기점으로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방향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 부회장이 경영진을 대표해 책임지고 DS부문을 보다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체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해석입니다.

전 부회장이 택한 해법은 속도전이 아니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일정 단축이나 물량 확대보다 설계 단계의 문제를 먼저 짚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요. HBM3E 개발 과정에서 기본 재료인 D램 구조를 다시 설계한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당장 고객사 테스트 통과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손보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판단이 우선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HBM4까지 염두에 둔 설계 재구성이 병행됐고 기술 전략의 기준점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아울러 변화는 메모리 사업 전반으로 확산됐습니다. 삼성전자는 AI 서버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죠. 초고가 HBM뿐 아니라 전력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범용 D램 전략을 다시 조정했고요. GDDR7과 LPDDR5X 같은 고성능 범용 D램의 비중을 끌어올린 배경입니다.

외부 환경도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메모리 3사가 HBM 생산에 집중하는 사이 범용 D램 공급은 빠듯해졌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죠. 삼성전자는 월 D램 생산능력 65만장 가운데 70% 이상이 범용 제품인 구조를 갖고 있어 가격 반등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렸습니다. 여기에 10나노급 5세대 1b D램의 성능을 개선하며 AI 서버용 납품을 확대했습니다. 주요 고객사 주문도 빠르게 늘어났죠.

2025년 4분기 글로벌 메모리 매출액 비교./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회복 본질은 어디에?

HBM에서도 변화의 신호는 분명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HBM3E 12단 제품으로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며 공급 라인에 이름을 올렸어요. 뒤늦게 합류했지만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내부에서는 HBM3E를 단기 회복의 발판으로 삼고 HBM4에서 주도권을 노린다는 방향성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HBM4는 올해와 내년을 가르는 최대 승부처로 꼽힙니다. 차세대 AI 가속기에 본격 적용되면서 메모리 공급사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고요. 삼성전자는 D램과 파운드리 공정을 함께 활용해 HBM4의 처리 속도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먼저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가능성도 거론합니다.

메모리와 함께 파운드리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적자가 이어졌던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테슬라 AI 칩 수주 등을 계기로 숨통을 틔웠고요. 차세대 2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고객 확보도 조금씩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시스템LSI와의 협업 구조를 다시 정비하며 공정 경쟁력과 고객 대응력을 함께 끌어올리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고요. 업계 일각에선 올해 손익분기점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반등을 일회성 실적으로 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며 기술 경쟁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어요. 동시에 다음 단계 경쟁이 메모리 자체를 넘어 패키징 기술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죠. 실제로 삼성전자 전사 차원에서는 차세대 HBM 경쟁을 대비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범프 없이 구리와 구리를 직접 붙이는 이 공정은 HBM 적층 수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다만 이번 반등을 구조적 체질 개선의 결과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이번 실적 개선은 HBM 경쟁력 자체보다는 범용 D램 시황 반등이라는 외부 변수의 기여도가 더 컸다"며 "현재의 수익 구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 경쟁이 둔화될 경우, HBM을 둘러싼 과열 국면도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HBM4 경쟁 역시 기술 우위보다는 고객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입니다. 김 연구원은 "HBM은 주문형 생산 성격이 강한 제품으로 기술력 못지 않게 고객과의 계약 관계가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HBM4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엔비디아 외 고객을 얼마나 빠르게 늘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 등 신규 고객 확보 사례를 이어가고 빅테크들의 자체 AI 가속기 개발 흐름 속에서 공급망에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변수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지금의 실적을 두고 섣불리 흥분하기보다는 다음 세대 메모리와 고객 포트폴리오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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