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에 참여한 것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보안감점'이라는 불리한 상황속에서도 수주전 자체를 중도 포기할 수 없다고 내부적으로 결론 내렸다. 7조원대에 이르는 KDDX 사업을 놓칠 수 없을 뿐더러 십 년이 넘는 수주 과정에서 입은 '내상'이 큰 만큼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7일 HD현대중공업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입찰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KDDX는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사업규모만 7조원대에 이른다. 2012년 한화오션이 KDDX '개념설계'를,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다. 보통 '기본설계'를 맡은 곳이 '상세설계'를 맡도록 수의 계약하지만, HD현대중공업 임직원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하면서 경쟁입찰로 변경됐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상세설계 입찰에 참여하는 동시에 KDDX를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사업권을 가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 이유는 보안감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수주전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소수점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방산 입찰 특성상 감점은 치명적이다. 더욱이 HD현대중공업은 보안감점을 '연장'한 방사청의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보안감점은 2013년 군사 기밀 유출 사고로 발생했다. 당시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도 등 기밀 자료를 무단촬영·공유한 것이 적발됐다. 이중 8명은 2022년에, 나머지 1명은 2023년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나머지 1명에 대해서만 항소에 나서면서다.
방사청은 2022년 11월 HD현대중공업에 대해 3년간 보안감점을 부과했다. 문제는 3년뒤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해 보안감점을 추가하면서 발생했다. 방사청은 2022년 유죄를 받은 8명과 2023년 유죄를 받은 1명을 별개의 사건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동일한 사건'을 별개로 보고 보안감점을 '추가'한 방사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이 '별개 사건'에 대해 보안감점을 '추가'했다는 입장이라면, HD현대중공업은 '동일 사건'에 대해 보안감점이 법적근거없이 '연장'됐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감점으로 입찰에 불리해지자 KDDX 수주를 중도 포기할지, 계속 밀어붙일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고심 끝에 끝까지 수주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명예회복'으로 분석된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못한 것 이상으로 법적 근거없이 제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을 통해 방사청의 조치가 부당했다고 입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경과를 보면 한화오션이 KDDX 수주전 막판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도 KDDX를 중도포기하고 그냥 묻고 가기에는 내상을 많이 입었다"며 "보안감점 연장에 대해 잘못 이상의 처벌을 받는 부당한 조치로 HD현대중공업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