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사진)이 처음으로 부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으로부터 HD현대 주식을 증여받았다. 정 이사장은 2024년 주식매입대금이 필요한 정 회장에게 3000억원을 증여한 데 이어 이번엔 5800억원 규모 주식을 증여했다. 증여세를 내는 정공법으로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일 HD현대는 정 회장이 정 이사장으로부터 HD현대 280만주(3.54%)를 다음 달 3일 증여받는다고 공시했다. 이날 HD현대 종가 20만8500원 기준으로, 5838억원어치다. 증여가 완료되면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은 기존 6.12%에서 9.67%로 늘어난다. 정 이사장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증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이사장의 HD현대 지분은 기존 26.6%에서 23.05%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된다. 정 회장은 국민연금(6.87%)을 제치고 HD현대 2대 주주에 오른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부담할 증여세를 35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연부연납 제도로 증여세를 수년간에 걸쳐 분납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정 회장의 주요 수입은 HD현대 배당 194억원과 급여 13억원 등 수준으로 수천억원대 상속세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부친의 주식을 처음 증여받으면서 본격적인 지분 승계가 시작됐다고 본다. 정 이사장은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며 전문경영인에게 그룹 경영을 맡겼다. 정 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받았고,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지만, 지분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정 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사 주식을 사기 시작한 것은 2018년이다. 정 회장은 KCC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현 HD현대) 83만1000주(5.1%)를 3540억원에 인수했다. 매입대금 중 3000억원가량은 정 이사장이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 회장이 KCC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인수할 때 정 이사장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정 회장은 정 이사장으로부터 2024년에는 현금 3000억원가량을, 올해는 5838억원어치 HD현대 280만주를 각각 증여받는 것이다.
2024년에는 정 회장이 직접 시장에서 HD현대 주식을 사들였다. 2024년 5~7월 정기선은 45거래일에 걸쳐 68만2500주(0.86%)를 총 472억원에 장내매수했다. 당시 정 회장의 보유지분은 5.26%에서 6.12%로 늘었다.
업계에선 앞으로 정 이사장이 추가적으로 HD현대 주식을 정 회장에게 증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 증여 과정에서 HD현대가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D현대가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최근 열린 HD현대 컨퍼런스콜에서 남궁훈 전무는 "상반기 실적이 많이 개선된 상황이지만 하반기 불확실성이 있다"며 "구체적인 배당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