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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첩첩산중' 성공까지는 머나먼 길

  • 2013.07.23(화) 15:42

[펀드백화점이 온다]
기존판매사등 첨예한 이해관계 `걸림돌`
구매자 책임 늘어 `적극적 투자 풍토` 필요

펀드 슈퍼마켓의 미래가 무조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펀드 슈퍼마켓 설립을 앞두고 이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고 펀드 슈퍼마켓 설립 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고객입장에서도 펀드 슈퍼마켓 구조 자체는 간단하지만 금융상품인만큼 일단 신규가입자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투자자입장에서 과연 수백개의 펀드들 가운데 스스로 옥석가리기가 가능할지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 펀드 슈퍼마켓은 무늬만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은 말 그대로 손쉽게 들어가 펀드를 살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러나  펀드 자체가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펀드 슈퍼마켓을 통하더라도 초기 거래 시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보통 온라인 거래는 회원가입이나 공인인증 절차만 있으면 간단하지만 펀드 슈퍼마켓은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금융실명제법상 반드시 판매사에 해당하는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먼저 계좌개설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슈퍼마켓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실명확인 제도 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있다.

 

◇ 첨예한 이해관계..판매사인 '갑'도 못마땅

 

펀드 슈퍼마켓이 공동출자 형식이기 때문에 각각의 출자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자산운용사입장에서는 새로운 판매 채널이 확보되면서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존에 펀드 판매를 해온 은행이나 증권사의 눈치도 봐야한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펀드 슈퍼마켓이 경쟁상대이기 때문에 곱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자산운용사가 앞에 나서기보다는 펀드 슈퍼마켓 법인이나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판매채널 다양화에 긍정적이지만 기존 판매사가 신경쓰이는 대형운용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냉랭한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들은 당국에서 하라고 하니 그냥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똑같은 상품을 파는 주력 판매사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주도적으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 슈퍼마켓이 발달한 영국만해도 실제 점유율은 1.5%선에 그치고 있다"며 "독립투자자문업자(IFA)가 먼저 발달되야 하는데 이 같은 기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인터넷쇼핑몰에 불과하며, 따라서 잘 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은 "대형 운용사의 경우 판매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 때문에 유인이 적긴 하지만 그들에게 나쁠 이유는 없다"며 "중소형사에 수혜가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형운용사도 성과가 좋은 펀드를 팔 수 있는 판매채널이 더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 구매자 책임 늘어..적극적인 참여 분위기 조성돼야

 

슈퍼마켓에 물건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더라도 고르는 고객 입장에서는 사는 것만 사게 되고 새로운 상품을 사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펀드 정보 등 사전지식이 없다면 상품끼리 차별성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또 일일이 수십개의 펀드를 떠들어보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펀드 슈퍼마켓이 활성화되더라도 단순한 구조의 상품에만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온라인으로 구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원할 경우 상담이 쉽지 않다. 자문이 필요할 경우 아예 받지 못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도 많다. 또 투자상품 운용이 잘못됐을 경우 전적으로 펀드를 선택한 고객이 책임을 지게 되며, 투자조언을 받고 싶을 때 받지 못하는 것이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펀드 슈퍼마켓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투자풍토도 필수다. 이윤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비율이 높기 때문에 독립투자자문 구조가 발달할 수 있었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동준 부장도 펀드 슈퍼마켓이 버스 안내양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사회적, 경제적인 분위기가 형성이 돼야하고 성숙된 투자 문화가 절실하다"며 제도 정착을 위한 시작 단계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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