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완전히 경천동지할만한 정책은 아니다. 이미 과거에도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거나 가능성은 수차례 제기돼 왔다. 최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제 정책을 적용하는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별다른 효과 없이 부작용만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5일 외르크 아스무센 ECB 위원도 도입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여기에 있다. 이미 스웨덴은 이를 도입했다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전례가 있고 스위스 등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또다른 국가들의 경우 지금과는 취지가 사뭇 달랐다.
◇ 의지 표명은 좋은데 과거 효과는 '별로'
ECB 등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전례없는 통화정책 적용을 고려하자 그만큼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많다. 짐 사르니 페이든라이겔 운용수석은 "ECB가 경제 회복의 시동을 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도 이런 결정은 과감한 의지로 평가됐다.
사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게 되면 이번이 첫 사례는 아니다. 이미 스위스나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초단기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경기부양보다는 과도한 자본유입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본래 역금리는 통화 불안 시 환율변동이나 고금리 등에 따른 외화유입을 막기 위해 비거주자 예금에 부과된다. 덴마스크 스위스 역시 유로존 위기로 인해 우량 비유로국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반면 2009년 스웨덴은 현재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는 것과 비슷한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됐던 당시 시장에서는 스웨덴이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며 예의 주시했다. 스웨덴은 시중은행의 예치금에 대해 -0.25%의 금리를 적용해 은행들이 돈을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 중앙은행으로 자금이 다시 역류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다만 당시 매우 용감한 결정으로 받아들였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스웨덴의 경우 다른 국가에 비해 시중은행들의 중앙은행 예치금 규모가 크지 않아서 시장 영향이 미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스웨덴 예금금리 추이(단위:%) |
◇ 유로존서 도입시 전례없는 규모..신중접근 필요
올해 초 영국 역시 ECB와 비슷한 목적인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거론된 바 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그만큼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1차적으로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받는 이자가 낮아지고 결과적으론 예금이나 채권금리 하락을 뜻한다. 가뜩이나 이자 수익이 적은 상황에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또 경기가 회복되려면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이 필요한데 마이너스 금리는 더 괴리가 벌어지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경우 연준이 추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미국 시중은행들은 금리가 더 낮아지면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준이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율을 낮추게되면서 손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객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의 수익을 상당부분 갉아먹을 수 있다. 게다가 실제 효과도 의문시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한 은행 관계자는 "연준이 지급준비금 이율을 낮춘다고 해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자산 가격만 더 끌어올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나 덴마크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을 당시에는 금융시스템에 위협을 가하거나 다른 큰 부작용이 발생하진 않았다. 다만 이들과 달리 첫 사례인 스웨덴과 비슷한 성격이면서, 초과 지급준비금 규모가 훨씬 더 큰 유로존 전체에 해당되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 전문가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와 맞물려 일부에서는 현재 유로존의 문제가 유동성 공급 부족이 아니라 은행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나 실물 경제 부진 때문인 만큼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밀란 멀레인 미국 TD증권 리서치 담당 이사는 "원칙적으로는 은행들의 대출을 막는 요인을 줄여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겠지만 과거 스웨덴의 경험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크게 지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