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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관록의 한맥증권..파생거래 `실수 한방`에 침몰

  • 2013.12.13(금) 17:06

주문 실수후 결제 못해 청산절차 밟을 듯..국내 첫 사례
소형증권사 `내부통제 미비`..유사 사고 재발 가능성 상존

한맥투자증권이 단 한 번의 실수로 파산위기에 처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전일 주문실수에 따른 결제대금을 결국 납입하지 못했다. 대신 한국거래소가 공동기금으로 납부했고, 추후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업계는 한맥투자증권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결제 시한인 이날 오후 4시까지 한국거래소에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결제대금 570억6000만원을 결제적립금으로 대신 충당했다. 결제적립금은 거래소 예산으로 4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자금이다. 주문실수의 원인 등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한맥투자증권과 여타 회원사들이 출연한 손해배상공동기금 등을 이용해 충당분을 다시 메울 예정이다.

 

이로써 한맥증권은 사실상 파산상태에 빠졌다. 국내에서 주문실수로 인해 증권사가 파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맥증권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전문으로 성장한 금융사다. 1991년 우신선물주식회사로 설립된 뒤, 2009년 사명을 한맥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선물 업무에 특성화된 증권사로 통했다. 주요주주는 김범상 대표(17.17%), 김치근 부회장(17.17%) 동일하이빌(8.39%) 등이다.

 

20년 관록을 가진 한맥증권의 운명을 가른 건 `한 방`의 주문 실수로 파악되고 있다. 선물·옵션 만기일인 12일 한맥투자증권은 지수옵션 시장에서 터무니없는 주문을 냈다. 코스피200 12월물 콜·풋옵션 거래를 하면서,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거나 낮은 가격대에 주문을 넣었다.

 

결제확정 금액은 증권시장 63억원, 파생상품시장 584억원이다. 거래 상대방은 46개사, 체결된 주문수는 3만6100건에 이른다. 총 손실 규모는 46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맥투자증권은 거래소에 즉각 착오거래 구제신청을 했지만, 이날 장 종료 전까지 거래 상대와 합의를 보지 못해 구제신청은 반려됐다. 거래 상대방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합의는 커녕 거래상대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는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협의할지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투자증권은 “거래 상품의 신규주문을 지양하고, 타사로 계좌대체 이관 또는 청산을 고려해라”고 공지문을 올렸다. 13일 거래소는 한맥투자증권을 통한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사고 원인에 대해 현재까지는 직원의 실수, 즉 인재(人災)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라기보다는 입력과정에서 잘못이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며 "변수값 입력을 잘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유사한 사고가 앞으로도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 특히 소형회사의 경우 수익 구조가 편중돼 있고, 내부통제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더욱 취약하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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