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13일 오후 4시.
한맥투자증권의 생사가 판가름 나는 시각이다. 주문 실수로 460억원의 손실을 입은 한맥투자증권은 이 시각까지 결제 대금을 내야 한다. 자본금 200억원대의 중소 증권사가 사고 하루 만에 결제 대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금을 내지 못하면 한맥투자증권은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한국거래소. 40여 명의 증권사 관계자들이 한맥투자증권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회의는 30분간 진행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한 회원사들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맥투자증권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논의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맥투자증권 매매실수와 관련 계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법적 문제가 해결되야 된다"며 "거래소의 공문이 있기 전까지는 개인 정보보호 차원에서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장 종료 전까지 거래 상대와 합의를 보지 못해, 구제신청은 반려됐다. 한맥투자증권과 매매 주문을 낸 거래 상대방은 46개사, 주문 건수는 3만6100건에 이른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는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협의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한맥투자증권은 회사 홈페이지에 “거래 상품의 신규주문을 지양하고, 타사로 계좌대체 이관 또는 청산을 고려해라”고 공지문을 올렸다.
거래소는 13일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대상은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 파생상품시장이다. 거래소는 “회원사의 결제불이행이 시장과 투자자에게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사고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한맥투자증권은 대책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진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확실한 회생방안은 이날 오후 4시까지 결제대금을 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자본금은 268억원의 소형 증권사가 하루만에 460억원의 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34억원의 영업손실까지 냈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부 관계자는 “거래 상대방이 주로 개인이나 외국인들의 위탁계좌”라며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합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달러선물시장에서 주문실수를 낸 미래에셋증권이 거래상대와 합의를 한 적이 있지만, 그때 거래처가 한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4시까지 결제대금을 내지 못하면, 청산절차를 밟은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맥투자증권은 1991년 우신선물주식회사로 설립됐다. 2009년 사명을 한맥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주요주주는 김범상(17.17%), 김치근(17.17%), 고재일(8.39%), 동일하이빌(8.39%)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