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퇴직연금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10월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보유 상품의 해지 없이도 퇴직연금 운용사를 변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퇴직연금 내 ETF운용이 쉬운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상품권 등 다수의 경품을 걸고, 타사에서 이전하는 경우 이벤트 가점을 주기도 한다.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시장은 400조원, 증권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퇴직연금도 100조원이 넘는다. 신규 고객유치 뿐 아니라 타사 고객을 뺏어오려는 실물이전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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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은 기본, 안마의자까지 준다
지난해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고객들에게 온라인 상품권 등을 뿌리며 공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던 증권사들은 올해도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KB증권은 현재 실물이전 등 퇴직연금 순입금 금액에 따라 최대 100만원의 상품권을 제공하고, 안마의자까지 경품으로 내 걸었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도 각각 최대 3만원의 현금과 스타벅스 모바일 쿠폰 등을 제공하며 퇴직연금 고객을 유치 중이다.
실물이전 이벤트는 실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말 100만원 이상 실물자산을 이전한 고객에게 상품권 3만원 등을 지급했는데, 지난해 4분기에만 2조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불어났다.
최대 100만원의 실물이전 이벤트를 걸었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현물이전 시행 한달만에 2000억원의 현물자산 이전을 이끌어 냈다.
삼성증권도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잔고가 지난해 42.6% 늘었고, 신한투자증권은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가 63% 늘었다.
쉽다지만, 쉽지 않은 실물이전
고객들 입장에서 솔깃한 이벤트가 쏟아지고 있지만, 실물이전이 무조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 실물이전이 가능하더라도 꼭 챙겨야 할 주의사항도 많다.
우선 실물이전은 같은 형태의 퇴직연금계좌간에만 가능하다. 회사에서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이전이 어려운 퇴직연금 DB형을 제외하고, DC형은 DC형으로, 개인형 퇴직연금 IRP는 IRP로의 이전만 가능하다.
또 퇴직연금 DC형이더라도 다니는 회사에서 복수의 운용사와 계약을 하고 있어야 갈아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회사와 계약된 곳 간에만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더라도 DC형은 회사에 신청을 해서 이전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IRP는 개인이 직접 운용사에 신청해서 이전하면 된다.
팔아야 넘길 수 있는 자산도 아직 있다
ETF, 예적금 등 대부분 금융상품은 당장 실물이전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들도 여전히 많다.
운용방법을 정하지 않아 자동으로 매수 운용되는 디폴트옵션 상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리츠, 주가연계증권(ELS), 실적배당형보험, 금리연동형보험 등도 실물이전 할 수 없다. 이런 상품은 팔아서 현금화한 후에 이동해야 하는데, 보통은 해당 운용사에 신청하면 이전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팔아야 하는 상품이 없다고 본다면 실물이전에는 3~4일 정도 소요가 되는데, 이 기간 동안 매매나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장기투자상품으로 당장 팔 계획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당장 매매해야하는 상품이 있다면 그 실물이전에 소요되는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펀드결산이나 ETF분배금 지급, 채권이자 지급 등이 발생한 경우에도 이전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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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매수나 매도주문이 진행중인데 실물이전을 신청한 경우에는 실물이전 신청이 취소될 수 있다. 또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이 실행중이거나 질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에도 실물이전이 제한된다.
미래에셋증권 정효영 연금컨설팅본부장은 "실물이전이 허용되면서 고객들이 자산을 중도에 처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금자산을 이전, 운용할 수 있게 됐고, 많은 사람들이 실물이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실물이전이 되지 않는 상품들이 있어서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