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업계에서도 여풍이 거세다. 여성이 소유하거나 여성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헤지펀드들의 성과가 매년 전체 펀드수익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돈을 맡긴다면 여성이 운용하는 펀드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서비스 회사인 로스테인 카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여성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수익률은 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헤지펀드가 1.1%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4.2%) 수익률도 너끈히 앞섰다.
지난해 이후 11월까지 수익률 역시 여성이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은 9.8%로 전체 지수인 6.13%를 웃돌았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지수 상승률보다는 못하지만 전체와 비교해보면 꽤 선방한 셈이다.

모든 금융업계가 그렇듯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여성은 보기 드물다. 펀드매니저와 투자자, 서비스 공급자 등 로스테인 카스 조사에 응답한 440명의 고위직 여성 가운데 15.5%만 이들이 소속된 기업을 여성이 보유하거나 경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헤지펀드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21.4%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42%는 기들의 기업에 여성 펀드매니저가 없다고 밝혔고 40% 가까운 기업들은 아예 투자위원회에 여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극심한 성비에도 여성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는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일까.
로스테인 카스의 메레디스 존스 이사는 "여성만의 행동학적이나 생물학적인 요소가 자금운용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연이 아닌 여성에게 만 있는 플러스(+) 알파가 분명 있다는 얘기다.
메레디스 존스 이사는 "테스토스테론이 리스크와 보상에 관한 시그널에 덜 민감하게 만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전직 트레이더 출신인 존 코츠 캠브리지 대학 연구원은 2012년 저서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시장의 급등락에 일부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 바 있다.
로스테인 카스는 여성 매니저와 함께 투자하는 것이 순전히 금융 상의 이유에서 현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 조사에서도 여성 트레이더들은 남성보다는 충동적인 부분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트레이더를 고용하는 것이 안정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테인 카스의 월간 분석에 따르면 월간 최대 수익은 7.3%로 전체 헤지펀드 최대 월간 수익률(3.1%)을 가볍게 앞질렀고 월간 최대 손실률 역시 7.6%로 전체 손실률(-9.3%)보다 낮았다.
과거에는 이런 의견은 크게 반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차츰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로스테인 카스는 속도는 느리지만 여성 운용 펀드로의 배분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직까지 여성이 소유하거나 펀드매니저로 있는 펀드자체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한계점이다. 운용하는 규모 역시 전체 시장에 비해서는 미미하기 때문에 거액을 일임하는 기관투자가들로서는 활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여성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코네티컷 연기금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여성이나 소수인종이 운용하는 펀드에 자금을 배분해야 하는 의무규정 덕분이다.
로스테인 카스는 매년 여성 펀드매니저들의 성과에 대한 보고서 를 내고 있다. 이들은 여성이 보유하거나 운용하는 82개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로스테인 카스 여성 대체투자(WAI) 헤지펀드 지수를 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