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주는 지난해도 수차례 날아올랐다. 중국에서 조류독감이 계속 발생해왔고 신체접촉으로 신종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까지 출현하면서 매수세에 불을 붙였다.
이들의 주가가 들썩인 이유는 조류독감때문만은 아니다. 조류독감 외에도 신종플루, 돼지독감, 소결핵, 구제역에 이르기까지 가축을 둘러싼 각종 전염병이 확산될 때도 항상 움직인다. 전형적인 테마주의 모습이다.
32개월만에 국내에서 발생한 고 병원성 조류독감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해외에서 발생했을 때도 파급효과가 적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근 3년만에 발생한 만큼 실제 방역이 강화되고 닭고기 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도 있다.
국내 AI가 마지막으로 발병했던 것은 2010~2011년이다. 당시 25개 시, 군 등에서 139일간 지속됐다. 당시에도 이번 조류독감 발생 진원지인 고창군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테마주들은 얼마나 올랐을까.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백신주 가운데 하나인 대한뉴팜은 상승률이 43%에 달했다. 저점에서 고점에 도달하기까지 20일간의 오름폭이다. 제일바이오와 중앙백신, 이-글벳, 파루 역시 7~15거래일 안팎으로 10~20%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이들 기업들의 2010년말 대비 주가 상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높게 오른만큼 낙폭도 컸고 등락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흐름 상으로는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린다. 최근 급등하고 있지만 결국 저점에서 반등을 모색하는 정도란 얘기다.


▲ 파루(위)와 대한뉴팜(아래)의 2010년 이후 주가 추이. 2010년 말 오름세가 두드러지지만 이후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탔다. 지난해 들어서도 급등락했다. |
실적을 들여다보면 최근의 주가 오름세가 수긍이 가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증가와 회복세가 꾸준한 곳도 있지만 내리막길을 탄 곳도 존재한다.
파루의 경우 영업손실이 폭이 크게 줄었지만 지난 3분기 적자가 지속됐고 매출도 작년보다는 줄어들었다. 나머지 기업들도 매출은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타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들쑥날쑥한 상태다.

▲ 백신주 2010년3분기~2013년3분기 매출(위) 및 영업이익(아래) 추이. |
조류독감 테마주로 깜짝 등장했다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 체시스란 기업은 지난해 조류독감 관련주로 알려지면서 급등했지만 뜯어보니 운송장비업종이었다. 지분을 일부 보유한 관계사가 조류들의 질병 치료제를 생산하면서 조류독감주로 분류된 케이스다. 그러나 정작 체시스의 실적은 부진했고 테마주로 분류돼 급등하는 것에 대한 경고등이 잇따랐다.
다른 기업들 가운데서도 사료나 가축의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제를 생산할 뿐 백신과 상관이 없는 기업들이 많은 점도 유의해야 한다. 파루는 방역과 관련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고 조류독감 수혜를 당장 얻기에는 무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