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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신종자본증권]③암중모색중..물꼬는 누가?

  • 2014.05.04(일) 11:26

`두산인프라` 이후 기준강화..기업들 발행 꺼려
공기업 눈독..증권사들 소매 판매용 물량확보 관심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으로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논란이 일었다. 실질적으로 회사채와 유사한 부채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다 부실 기업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건전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량한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에 직접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공기업들의 발행이 얼마나 활발할지, 이에따라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 두산인프라 자본인정 판정 그 후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는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모두 자본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후순위 특약이 없는데다 금리상향조건이 5%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과도하게 붙으면서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상 만기가 정해지면서 채권과 주식의 좋은 점만 취해 채권이 자본으로 둔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들이 사실상 채권 성격에 가까운 자금을 영구채 성격으로 조달해 자본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회계기준원에 판단을 요구했고 회계기준원은 지난해 국제 회계기준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한 결과 자본에 해당하는 지분증권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냈다. 

 

부채비율이 높은 위험업종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터준 결정이었다. 이후 봇물 터지듯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어졌다. 포스코가 1조원을 발행한 것을 비롯, SK텔레콤과 롯데쇼핑, 포스코에너지 등이 신종자본증권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부채비율 낮추기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점 감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재무구조가 양호한 기업이 굳이 높은 금리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만한 니즈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채권단들도 곱게 보지 않았다. 한진해운은 자본확충을 위해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채권단의 지급보증 반대로 무산됐다.

 

감독당국이 특정 그룹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들어 일반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잠잠해진 상태다.

 

▲ 신종자본증권 발행 추이(출처:한국투자증권)

 

◇ 일반기업 투자 매력 높지만 정작 발행 안해

 

일반기업들은 회계상 자본 증액목적이나 신용평가사의 등급별 재무적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한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의 자체 신용위험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통상 해외 신용평가사의 자본인정비율 충족 목표로 발행되는 신종자본증권이 은행의 신종자본증권보다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은행과 달리 비금융 일반기업은 통상적으로 콜옵션과 함께 5~10년 시점에 상환을 유도하는 스텝업 조항이 계속 붙게 된다. 따라서 실질 만기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선순위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의 신종자본증권 투자 매력은 여전히 크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기 5~10년의 동일등급 일반 회사채 금리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으로 절대금리 매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투자위험이 동일등급 일반 회사채에 비해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해운업 등 대표적인 업황부진 업종 기업이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이라면 신용위험이 높아 투자위험 또한 크다고 덧붙였다.


 

◇ 공기업 발행시장 기웃..일반 투자자 '그림의 떡'

 

문제는 일반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물량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다만 공사들은 최근에도 꾸준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 일환으로 부채비율 감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일환으로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라고 지시했고 상당수의 공사들의 부채 비율이 이를 훌쩍 넘는다.

 

공기업들은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영구채를 주목한다.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발행을 타진하고 있는데 이어 한국철도공사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조달비용이 적지 않은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기업보다는 공사 위주로 부채비율 감축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진행되자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자본조달을 용이하게 하려는 기존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기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투자가 가능할지 더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스텝업 조건이 살아 있는데다 금리 조건도 좋고 은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인도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을 반영해 일부 증권사는 공기업 발행물에 대한 소매판매 여부를 모색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 신종자본증권의 조건부 자본요건으로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소매 판매 물량을 확보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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