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온라인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이사진 개편을 통해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이 한층 '레벨 업'될 것으로 보인다. 사내이사는 창업자 김택진 대표이사 1명만 남게 되고, 사외이사가 이사진의 60%를 차지해 어마무시한 힘을 갖게 된다.
8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오는 25일 경기도 성남시 사옥에서 개최하는 2015사업연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진을 개편할 계획이다. 이사회 멤버를 7명에서 5명으로 축소하고, 29%에 불과했던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수가 넘는 60%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를 위해 사내이사 중 이희상 부사장은 임기가 1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또 임기가 만료된 배재현·정진수 부사장은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후임도 선임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는 임기 만료 시기가 오는 2018년 3월인 김택진 대표만이 남게 된다.
반면 사외이사는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다. 임기가 만료된 현 사외이사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과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를 각각 임기 3년, 2년으로 재선임하는 한편 현동훈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를 새로 영입한다. 임기는 3년이다. 이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현행대로 임기 3년의 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한다.

엔씨소프트는 상법상의 회사기회유용금지나 자기거래금지(이상 3분의 2)를 빼고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이사회 결의 요건을 이사진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의 과반수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외이사가 60%를 차지하는 종전과는 다른 외부인사 비중은 그만큼 사외이사들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발휘하게 하는 셈이다.
이는 대기업 가운데 포스코가 12명의 이사회 멤버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7명)으로 구성, '투명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요 인터넷 기업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현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7%, 67%에 달할 정도로 크다.
엔씨소프트의 이사진 개편은 넥슨과 벌였던 경영권 분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15.8%)였던 넥슨은 지난해 1월 돌연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 의사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넥슨이 오랫동안 지켜온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불개입 원칙을 깬 명분은 "투명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기업 및 주주 가치 제고"였다.
엔씨소프트의 이른바 '가족 경영' 등을 문제 삼으며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넥슨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엔씨소프트로서는 더 이상 같은 공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이사진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