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마이너스 예금금리에 이어 기준금리마저 제로금리로 낮춘 것이다. 자산매입 확대와 함께 장기대출프로그램도 추가하며 부양의지를 제대로 다졌다.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도 분명 호재다.
다만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추가 완화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면서 효과는 일부 반감된 모습이다. 지난 1월 일본처럼 통화정책 한계론도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엇갈리는 평가를 반영하며 시장에서는 내주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된 일본과 미국으로 빠르게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 예상 뛰어넘는 결과 일단 주목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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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10일(현지시간) 예상대로 마이너스금리인 예금금리를 -0.3%에서 -0.4%로 추가 인하했다. 여기에 한계대출금리 인하와 함께 기준금리마저 0.05%에서 0%로 내리며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ECB의 선물은 여기서 크지지 않았다. 월 채권매입 규모도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확대하고 매입채권 대상도 비금융회사채로 확대했다.
올해 6월부터는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도 실시하기로 했다. ECB는 4년 만기의 1월말 기준 대출자산의 30%까지 대출 가능하도록 했다. 제로금리에서 최저 -0.4%의 금리를 적용해 대출금리에도 마이너스가 적용된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내용들이다.
이처럼 ECB의 넉넉한 씀씀이와 함께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 지속 기대에 부응하면서 신흥국을 비롯 위험자산에 대한 온기는 좀더 이어질 수 있게 됐다. 국내 증시도 훈풍을 지속할 전망이다.

▲ 유럽중앙은행(ECB) 금리 결정 추이(출처:대신증권) |
◇ 통화정책 한계·유럽 경제 부진 부담
다만 드리가 총재가 곧바로 "현재로서는 추가 양적완화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은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반감시켰다. 그간 공존해온 ECB의 부양여력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최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엔화가 오히려 강세를 나타낸 것과 비슷한 흐름을 연출했다.
무디스는 이날 "ECB의 추가완화책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며 "자산매입 프로그램과 중앙은행의 재정확대는 지금까지 중기적인 물가상승 기대치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상승 요인으로 가능하지만 ECB의 추가 카드가 제한적"이라며 "중앙은행에 의존한 유동성 장세를 추세적으로 보기 어렵다고"고 판단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가 강력한 대책으로 시장 기대에 부응했지만 정책 발표 이후에는 과거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효과에 대한 검증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ECB가 공격적인 완화에 나설 만큼 유럽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 ECB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4%, 1.9%에서 1.7%로 각각 하향조정했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0%에서 0.1%, 1.6%에서 1.3%로 하향조정했다. 유럽의 오랜 부양책에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공은 BOJ와 Fed로
ECB에 대한 환호와 실망이 교차하면서 시장에서는 내주 예정된 일본은행(BOJ)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을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BOJ는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숨고르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기대되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긍정적인 부분을 계속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신한금융투자는 FOMC 결과가 비둘기파적으로 나타난다면 달러 약세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ECB에 이은 나머지 중앙은행의 정책방향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한다면 이머징 금융시장의 단기 반등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통화정책 무용론 확산과 내주 일본과 미국의 정책회의를 감안하면 시장 접근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