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을 즐기는 30대 직장인 김 모씨. 자신의 스마트폰에 간편결제 앱을 2개나 설치했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 서비스 초반엔 각 업체들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5000원~1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주길래 한두번 이용했으나 그게 다였다. 김 씨가 간편결제를 안쓰는 결정적인 이유는 필요한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주 가는 대형 오픈마켓이나 해외 쇼핑몰 등이 간편결제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김 씨는 신용카드 결제나 모바일뱅킹을 통한 이체 등 기존 결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본격화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씨 사례처럼 대부분 간편결제들이 정작 필요한 곳에서 사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서비스마다 공과금 납부나 송금, 온·오프라인 통합 결제 등으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용자 입장에선 기존 신용카드 결제를 대체할만한 강력한 매력이 없다. 이렇다 보니 각 서비스의 성과도 기대 이하다.
◇ 후발주자에 밀리는 카카오페이
주요 인터넷 기업 3개사가 내놓은 간편결제(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페이코)의 1~2년의 성과를 보면 초반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거나 당초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등 대체로 부진하다.
카카오가 지난 2014년 9월에 내놓은 카카오페이는 국내 가입자 3800만명 규모의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내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선물하기 및 콘텐츠 구매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결제 기능을 추가한 개념이라 이용자 확장이 다른 어느 간편결제 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비스 2년이 지난 현재 누적 가입자는 1300만명, 거래액은 1조원 수준으로 후발 주자인 네이버페이(2015년 6월 출시)의 서비스 지표(누적 가입자 1600만·거래액 2.5조원)에 밀리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이후 모바일지갑인 '뱅크월렛카카오(2014년 11월 출시)'와 공과금 납부, 자동결제, 통합 멤버쉽 포인트 적립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핀테크(Fintech)'라는 큰 그림을 그렸으나 예상 만큼의 파급력을 보이진 않고 있다.
◇ 네이버페이, 가입자에 '거품'
국내최대 검색포털 네이버가 작년 6월에 정식 출시한 네이버페이 역시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네이버페이는 원래 지난 2009년부터 결제 서비스를 해오던 '체크아웃'이란 서비스를 기반으로 했다. 체크아웃으로 6년간 서비스를 하면서 확보한 가입자 등의 자산을 네이버페이가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다.
때문에 네이버페이는 시작 단계부터 가입자 1500만명을 확보한 거대 서비스로 출발했다. 가입자 규모만으로 작년 9월 당시 카카오페이(500만명)를 제치고 국내 1위였다. 1년이 지난 현재도 네이버페이 누적 가입자(1600만명)는 카카오페이(1300만명)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경쟁 서비스를 압도할 정도의 많은 가입자를 기반으로 갖고 있으나 크게 성장하진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누적 가입자는 1500만→1600만명으로 100만명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아울러 네이버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1년간 한번이라도 네이버페이를 사용한 이용자는 1100만명이다. 즉 누적과 실제 사용자 사이의 격차가 50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가입자 가운데 30%는 위의 김 씨 사례처럼 설치만 하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 페이코, 공격적 마케팅 무색
NHN엔터테인먼트가 작년 8월에 내놓은 페이코는 국내 유일의 온·오프라인 통합 간편결제라는 점에서 출시 초반부터 관심을 모았다. 페이코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모바일 T머니(교통카드) 기능을 통해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무엇보다 게임 외 핀테크 신사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NHN엔터가 대대적으로 힘을 실어준 서비스라 페이코 성과에 업계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서비스 1년이 지난 현재 페이코 누적 가입자는 560만명으로, 경쟁 서비스라할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에 비해 한참 뒤지고 있다. 출시 한달만에 150만명의 가입자를 화끈하게 모았던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다.
아울러 NHN엔터가 페이코 출시 당시 내걸었던 목표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NHN엔터는 작년 말까지 실결제자 500만명을 확보한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 작년말 실결제자는 250만명(누적 가입자 360만명)에 그쳤다. NHN엔터는 올해 말까지 실결제자 1000만명을 채우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금의 속도라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NHN엔터는 카드사 제휴 및 끊임없는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 등을 통해 페이코의 편의성을 대폭 개선시키고 있으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자결제대행(PG) 서비스 '한국사이버결제'와 음악 서비스 '벅스' , 티켓예매 '티켓링크' 등 모든 계열사의 역량을 총집결한데다 지난 한해 340억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것을 무색케 하는 결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