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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자본시장법]上 패러다임의 전환

  • 2017.09.11(월) 16:50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 여전히 역부족
규정 아닌 원칙 중심 규제로 전환 필요

자본시장법이 제정된 지 10년 지났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위기 때마다 후속 규제가 덧대기식으로 더해지면서 법 취지가 무색해졌다. 그러자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 필요성과 방향을 두 편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

글로벌 자본시장은 외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투자업은 여전히 우물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순 중개업 위주의 보수적 관행을 유지하며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 만들어진 자본시장법이 자본시장 안정과 보호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은 덩치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는 자기자본 규모가 100조원 안팎이지만 국내 증권사는 초대형 IB에 속한 5개 대형사만 겨우 4조원에 턱걸이하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패러다임 전환 등 근본 대책 절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선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금융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기능을 중시해 규제산업으로 접근해왔는데 이젠 금융산업 자체가 신성장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은행이 아닌 자본시장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1980년대 초반부터 현 규제개혁위원회에 이르기까지 규제를 없애는 정책을 펼쳤지만 실제 체감도는 큰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김종석 의원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 없이 문제가 드러난 개별 규제만을 개선하는 데 그쳐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IT 범주인 줄 알았던 기술들이 금융산업 혁신을 촉발하고 있다"며 "미래 금융산업 혁신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규제를 변화된 환경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규정 중심 →원칙 중심 규제 전환

특히 원칙 중심으로 자본시장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많았다. 기존 규정 중심 규제 하에선 법률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정하지만 원칙 중심 규제는 큰 틀만 정하고 시장 참여자에게 재량을 부여한다.
규정 중심의 촘촘한 규제가 금융투자업의 다양성과 역동성,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규제의 큰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영국, 호주 등 우리 자본시장법의 모델이 된 금융선진국들은 원칙 중심 규제를 통해 창의적인 영업 행위를 유도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엄격한 사후책임을 묻는다"며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규제 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원칙 중심 규제가 오히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칙 중심 규제는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를 극대화해 금융혁신을 높일 수 있고,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시장 변화에 따른 탄력적 대응과 적시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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