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미국의 통상 압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며 증시도 후폭풍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려됐던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및 태양광 모듈 업체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현실화됐다.
관련 업체들의 경우 판매가격 상승으로 일정 부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미 선제적인 대응을 해온데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악재인 만큼 불확실성 해소가 가능할 전망이다.
◇ 美 세탁기 수입 물량 전체에 관세 현실화
지난 22일 미국은 수입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최종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내놓은지 두 달여 만이다.
당시 미국 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 물량이 120만대를 초과할 경우 50%의 관세 부과를 권고한 바 있다. 120만대 이내 물량에 대해선 아예 관세를 매기지 말자는 의견과 20%의 관세를 부과하자는 2개의 권고안이 마련됐다.
일단 120만대 초과 시 관세율은 기존의 권고안에서 변동사항 없이 그대로 적용되게 됐다. 적용 기간은 3년이며, 관세율은 첫해 50%에서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로 낮아지게 된다. 반면, 120만대 미만의 물량의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관세 부과가 결정됐다. 첫해에는 120만대 미만에 대해서도 20%를, 2년 차에는 18%, 3년 차에는 16%가 각각 부과된다.
◇ 판매 감소 불가피…현지 공장으로 일부 타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판매 감소는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세탁기 판매량은 연간 280~330만 대 수준으로 모든 물량에 대해 일정 부분 관세가 붙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 중 80%를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세탁기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데다 프리미엄 세탁기 비중이 높아 관세 부과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우려돼왔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 및 점유율 확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고가와 중저가의 다양한 라인업 세탁기 수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120만대 이하 세탁기에도 관세가 부가되면서 올해 양 사의 세탁기 매출 추정이 일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양사 모두 미국에 현지 생산법인 설립을 추진 중으로 충격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공장을, LG전자는 테네시 주 공장을 조기 가동했다.
키움증권은 LG전자의 경우 외국산 세탁기 선출하와 한국 공장 생산 확대, 미국 공장 연내 조기 가동으로 판매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봤다. 대신증권도 "스마트홈 전환 가속화 등 프리미엄 가전 사업으로 전략을 확대하고 북미 공장 조기 가동으로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 태양광은 영향 제한적…불확실성 해소
지난 23일 발표된 미국의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의 경우 당장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 30% 관세를 부여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매년 5%씩 감소해 15%까지 줄어들며 연간 수입물량의 2.5기가와트(GW)는 관세에서 제외된다.
이번 관세율은 다행히 기존에 ITC가 권고했던 35%보다는 낮아진 수준이다. 게다가 태양광 패널의 경우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건설 비용의 20~30%를 차지하면서 모듈 가격 상승이 전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지속되어 온 불확실성 해소가 좀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조치가 미국 태양광 시장 수요 절벽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라며 글로벌 태양광 시장 우려가 해소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케미칼에 대해서도 모듈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