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 채권 부도 이후 예고됐던 금융사 간 줄소송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수 주선자인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나란히 피소됐고 신용등급을 매긴 신평사들도 소송전에 휘말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22일) 중국 CERCG 자회사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투자자인 부산은행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나이스신용평가, 서울신용평가에 대해 부당이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체 청구 금액은 197억원이다.
현대차증권 역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BNK투자증권도 소송 대열에 합류했다. 다른 금융사들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중국 CERCG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한 달러표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회사 금정제십이차가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인수를 주선한 주체다.
나이스신평의 경우 CERCG가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민간기업임에도 중국 지방 공기업으로 분류해 신용평가를 하면서 소송을 당했다. 서신평 또한 CERCG를 중국 지방 공기업으로 명시하고 동일한 등급을 부여했다.
ABCP는 국내 금융사들이 받아 가면서 이달 초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는 현대차증권이 500억원으로 가장 많고 BNK투자증권과 KB증권이 200억원, 유안타증권이 150억원, 신영증권이 100억원이다. KTB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등을 포함한 익스포저는 1650억원에 이른다. 증권·운용사 외에 부산은행과 KRB하나은행 역시 각각 200억원과 35억원을 인수했다.
이미 증권사 간 송사가 일부 진행돼 왔지만 인수 주선 회사를 대상으로 소송이 잇따르면서 본격적인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한화투자증권 직원을 상대로 고소에 나섰고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은 이들이 인수한 ABCP를 재중개해 예약 판매한 현대차증권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현재 소송 당사자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어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공모가 아닌 사모 형태이다 보니 주관사가 없고 자산관리자로 참여한 이들이 주선 역할을 했다고 맞서고 있다.
나이스신평은 CERCG가 국유 자본 일부를 투자받는 만큼 공기업으로 표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실사 없이 채권을 발행하거나 잘못된 신용평가로 인해 이들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강하게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