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회사 간 줄소송까지 이어지며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한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뒤에 증권사 직원의 모럴해저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며 파장이 예고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담당 직원이 중국 ABCP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CERCG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 사태 후 1년 동안 헛다리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초 중국 기업 CERCG가 보증하고 자회사 CERCG캐피털이 발행한 달러화 채권 1억5000만달러를 샀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646억원 규모의 ABCP를 국내 특수목적회사(SPC) 금정제십이차가 발행했고,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국내 5개 증권사와 2개 운용사 등에 해당 ABCP를 판매했다.
하지만 판매 직후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털이 발행하고 CERCG가 지급 보증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이 최종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됐고, 국내에서 발행한 ABCP도 11월 8일 만기일 상환을 하지 못했다.
사태가 터지고 지난 1년 동안 해당 금융회사들은 중국 CERCG에 대한 신용평가 문제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두고 줄소송을 벌여왔다. 인수단인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비롯해 판매 과정에서의 문제를 들어 회사 간 소송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그동안 해당 회사들은 CERCG 회사채와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에 대해 신용평가사가 투자적격등급을 부여했기 때문에 ABCP 발행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회사간 소송도 ABCP 발행과 판매 과정, 책임 범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증권사 담당자 개인 금전수수 혐의
하지만 현대차증권이 담당 직원들을 고소한 데 따른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베스트증권 실무 담당직원이 배우자 명의 계좌로 CERCG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았고, 한화투자증권 담당 직원과 나눠 가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실무자 개인의 금전수수 혐의 사실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지만 추후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담당 직원은 사태 후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어 있고, 내부 조사를 통해 정황은 파악했으나 구체적인 증거 등의 문제로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담당 직원이 받은 돈의 성격과 흐름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어 확실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 직원의 금전수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CERCG로부터 뒷돈을 받은 대가로 무리하게 ABCP를 발행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 임직원의 모럴해저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사태가 터진 후에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직원 개인의 문제를 넘어 16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오간 만큼 회사도 사용자 과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