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시스템 통합 기업 현대오토에버가 이달 말 코스피 상장에 도전한다. 그간 끊이지 않았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고 상장자금 활용을 통해 그룹 내 제반사업에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지 주목된다.
12일 현대오토에버는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스템 통합 기업이다. 2000년 4월 설립된 오토에버닷컴이 전신이다.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으로 그룹 계열사 정보기술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2014년 현대C&I 흡수합병을 계기로 몸집이 확장됐다.
최대주주는 지분 28.96%를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19.47%로 2대주주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19.37%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2.21%) 현대엔지니어링(0.63%) 현대스틸산업(0.32%) 등을 포함하면 그룹 지분은 90.32%에 육박한다.
매출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965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4%, 12.5% 감소했지만, 시계열을 확대해보면 매출은 2001년 485억원에서 2017년 1조4734억원으로 30배 이상 확대됐다.
성장 확대 배경에는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 사격이 있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매출액 중 그룹 내 매출 비중은 각각 88.8%, 91.0%, 93.6%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사업 규모 확대에 따른 낙수효과로 기업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어 향후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룹이 특정 계열사를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현행법은 현대오토에버와 같은 비상장 기업이 일감몰아주기 제재 대상이 되려면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 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지분은 19.47%로 제재 대상 선상을 아슬아슬하게 비껴 나가면서 그룹 밖에서는 편법 시비도 일었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이같은 논란이 잠잠해질지 주목된다. 현대오토에버가 발행하는 신주 351만주 중 구주매출 비중은 90.1%(316만2420주)로 상장 후 정 부회장 지분은 19.47%에서 9.57%로 절반 수준 이상 희석된다.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는 "현대오토에버가 변화하는 자동차 제조 업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감몰아주기 등 논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면서 "이번 상장은 기업 투명성 강화와 인지도 제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토에버가 상장을 결정하는 데는 급변하는 업계 분위기도 고려됐다. 오 대표는 "자동차 비즈니스는 제조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축이 옮겨지고 있다"며 "도요타도 스스로를 서비스회사로 선언했고 GM도 공장을 줄여나가는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그룹 차원에서 IT 표준화 및 통합사업 등을 통해 내부 역량을 결집시켜 사업고도화를 수행하려고 한다"며 "그룹 내부 솔루션 플랫폼을 개발한 후 외부로 확장하는 모델이 그룹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는 공유 차량 서비스 확대뿐만 아니라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빌딩 등 그룹 내 제반 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도 추진하고 있다. 상장 공모 자금도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시티 운영 자금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룹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아 계열사 실적에 따라 매출 영업이익이 등락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연구개발에 투입된 시간과 비용이 실제 실적으로 창출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투자 고려 요소다.
현대오토에버의 공모주식수는 351만주다. 34만7580주(9.9%)를 신주로, 316만2420주(90.1%)를 구주매출로 모집한다. 주당 공모희망가액은 4만~4만4000원, 공모금액은 1404억~1544억원이다. 이달 13일부터 14일까지 수요예측을 거쳐 19일부터 20일까지 청약을 진행한다. 2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