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하루에도 수도없이 오르내립니다. 그래프 추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울고 웃죠.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주문 매체가 다양화하면서 시장 접근성이 좋아졌고 거래량도 예년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간단한 조작으로 거래가 성사되다보니 거래 실수도 잦아졌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도 실수를 합니다. 실수에 있어 기관과 개인의 차이가 있다면 기관의 경우 거래량이 상당해 그만큼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점입니다.
1년 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회사 직원이 '주당 1000원'을 '주당 1000주'로 잘못 입력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시장에 유통시킨 사건입니다. 총 28억1295만주로, 약 112조원 규모입니다. 어이없는 사고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비슷한 사고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독일 도이치은행은 2015년 헤지펀드 거래 과정에서 무려 60억달러(약 7조원)를 잘못 송금하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원인은 직원의 단순 입력 실수. 다음날 해당 자금을 회수해 다행히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해당 업무 실무자와 시장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2012년 금융회사 나이트캐피탈은 시스템 개발자 실수로 주문 오류가 발생해 40분만에 4억 달러(약 4600억원)를 까먹는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주가는 거의 반토막이 났고 사태가 악화해 파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2005년 일본에서는 미즈호증권 직원이 '1주 61만엔'을 '1엔 61만주'로 매도 주문을 잘못 넣는 바람에 무려 407억엔(약 42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날 회사 주가가 폭락함은 물론, 증시 전체도 흔들거렸습니다.
이 같은 단순 실수로 인한 사고를 가리켜 '팻 핑거(Fat Finger)'라고 부릅니다. 팻 핑거는 뚱뚱한 손가락이라는 의미입니다. 마치 손가락이 커 여러 개의 키보드 숫자를 한번에 누르듯 키보드나 마우스 조작 실수로 금융 거래가 잘못 이뤄졌을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팻 핑거는 시장 전체에 여파를 끼친다는 점에서 단순 사고로 치부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 실수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장은 '거래소 직권 취소제'를 고안했습니다.
이 제도는 이름 그대로 거래소가 팻 핑거 매매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게 끔 한 것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많은 거래소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사된 거래를 취소하는 장치라, 오류가 명백하고 대처 시간이 한정돼 있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습니다.
국내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호가일괄 취소제도(킬 스위치)와 대규모 착오매매 구제제도입니다. 전자는 알고리즘 거래에서 발생한 착오 주문 중 일부를 취소할 수 있게 한 장치고 후자는 거래가 시장가 사이 상당한 괴리가 있다면 이를 근거로 착오 매매 손실을 구제하는 제도입니다.
아쉬운 점은 지난해 삼성증권 사태는 두 제도가 구제할 수 없는 사고였다는 점입니다. 증권사가 잘못 거래한 것을 눈치채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착오 매매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부작용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입고 주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려다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삼성증권은 신규 영업정지 1년이라는 조치를 받았습니다. 실수 하나가 엄청난 여파를 가져온 셈입니다. 거래소는 향후 비슷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연내 직권 취소제를 도입할 계획을 밝힌 상태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해외 사례들를 검토하고 우리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