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주요 증권사들이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상반기 증시 부진에도 시장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평가 이익과 견조한 투자은행(IB) 성장세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녹록지 않아졌다.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이 힘을 받지 못한데다 IB를 비롯한 자산관리(WM) 등 대부분 수익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주요 대형 증권사들의 추정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 5개 주요 증권사 추정 순이익, 전분기보다 감소
8일 하이투자증권의 증권업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5개사(미래에셋대우·한국금융지주·NH투자·삼성·키움증권)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 추정치는 총 5290억원으로 전분기(6860억원)보다 23%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증권정보 사이트 FN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 6420억원에 비해서도 1100억원이나 줄어든 금액이다. 메이저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시장 눈높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올 3분기에는 증권사들의 대부분 수익원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거래대금 및 신용잔고 감소로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은 전분기보다 3.7%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들어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9% 감소했다. 이로 인해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다만 이 기간 코스피 보다 코스닥 거래대금 감소율이 적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코스닥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점유율이 코스피보다 높고 평균수수료율 역시 높아 수수료 수익 방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9월말 신용공여 잔고(8조8000억원)도 6월말 기준(10조4700억원)에 비해 줄어드는 등 주식 투자 열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신용공여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금액을 말한다.
주요 증권사들의 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IB 부문도 2분기만큼 힘을 내지 못할 전망이다. 증시 부진 여파로 회사들의 기업공개(IPO)가 하반기로 미뤄진데다 부동산 경기 우려로 관련 딜이 축소되면서 관련 수익이 전분기보다 7.4%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산관리 부문 역시 부동산 관련 상품 공급이 감소하고 파생결합증권 판매 부진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은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상환 감소와 채권평가이익 감소 등으로 무려 2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증권사 대부분 수익이 3분기 들어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2분기 대비 3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미흡한 수준이겠지만 금리의 높은 변동성과 주식시장의 하락을 감안하면 평이한 실적"이라며 "다만 향후 이익을 결정하는 증권사로 자금유입 속도 둔화와 축소되고 있는 투자여력, 부동산 투자 관련 노이즈는 주가 측면에서 부담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미래에셋대우, 3Q만에 성장세 꺾여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올 2분기 무려 2200억원에 달하는 분기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에 이보다 800억원 빠진 141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동기(740억원)에 비래선 두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나 올 들어 쾌조의 흐름을 보였던 순이익 성장세가 3분기만에 꺾이게 됐다.
미래에셋대우의 순이익 감소세는 다른 증권사에 비해 유독 도드라질 전망이다. 올 2분기에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입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적정가보다 싸게 인수할 때 발생하는 차익)이 일시적으로 잡힌데다 2분기 유입되는 배당금이 평분기보다 크게 반영되는 등 실적이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 3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599억원으로 전분기 2080억원보다 23% 줄어들 전망이다. 2분기 예상외 호실적을 달성했던 IB와 트레이딩 상품 손익이 3분기 들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분기 순이익 급반등을 보였던 NH투자증권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올 1분기 순이익(1716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1000억원 이상을 거뜬히 벌면서 든든한 체력을 과시했으나 3분기에는 1000억원대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분기보다 15% 줄어든 914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트레이딩 부문 부진으로 2분기 썩 내세울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삼성증권은 3분기에도 뒷걸음질을 이어갈 전망이다. 3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85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1% 줄어든 수치다. 키움증권 또한 증시 부진 여파를 비껴나지 못하면서 3분기에는 전분기보다 10% 줄어든 501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 채권평가익이 감소하고 해외 부동산 투자의 매력은 하락한다"라며 "올 상반기 초대형 IB의 실적 개선 주역은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과 IB 수수료 수익이었으나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앞으로는 이 부문에서의 호실적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