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성시대는 지금부터(한국투자증권)'
'상장 리츠에 대한 포트폴리오 편입이 필요하다(KB증권)'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모리츠의 시대가 올 것(하나금융투자)'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데다 증시 부진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리츠는 부동산펀드와 비슷한 개념이긴 하나 일반 투자자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001년에 국내에 도입된 이후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롯데리츠의 이달 코스피 상장을 계기로 리츠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모, 비상장 위주라 일반인에 낯설어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의 간접투자 상품이다. 얼핏보면 부동산펀드와 비슷하나 근거법령이 제각각이고 이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도 다르다.
부동산펀드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 신고에 의해 설계된다면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아 설립한다. 전반적으로 부동산펀드에 비해 리츠에 적용되는 규제가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해 리츠 시장 성장에 제약을 받아왔다.
리츠는 지난 1960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국내에는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제정되면서 들어왔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이 보유 부동산을 털어내면서 위기를 극복해야 했는데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 리츠였던 것이다.
리츠 도입 이후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2년 자산규모 5600억원으로 시작한 리츠 시장은 현재(2019년 7월 기준) 44조원 규모로 확장했다. 지난 17년 동안 80배 가량 폭증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에게 리츠란 개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에선 사모 형태로 발달해 있고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전체 229개 가운데 5개에 그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상장한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의 주가가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이 기간 주춤한 코스피 지수 하락 곡선과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다.
리츠의 주가가 힘을 받는 것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로 인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의 부진하면서 부동산에 기반을 둔 리츠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자 관심이 몰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리츠는 결산 때마다 주주에게 배당가능이익의 거의 대부분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자랑한다.
아울러 배당 재원을 부동산 세입자가 따박따박 지불하는 임대료에서 거둬들이고 비용구조가 단순하다. 단기적으로 손익이 악화되기 어려워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리츠는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배당 수익과 더불어 시세 차익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높은 배당에도 임대료·공실률 따져야
리츠 시장을 둘러싼 투자 환경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리츠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공모 리츠 투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발표한 방안에는 부동산 간접투자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사모형 대비 공모형에 적용되던 상대적 세제 혜택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공모 리츠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적용으로 고액자산가의 시장 참여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롯데리츠를 시작으로 연이어 예정된 대형 리츠의 IPO 역시 리츠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 또한 국토부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이른바 '9.11' 활성화 방안에 대해 "사실상 공모리츠 폭풍 성장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공모리츠에 대한 현물출자 과세특례 연장 조치로 다수의 기업들 가운데 보유 부담이 높은 회사들이 공모리츠에 현물출자하고 리츠 주식으로 받은 양도세(법인세)를 이연시킬 수 있어 공모리츠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상장한 리츠는 에어리츠(2011년 7월)와 케이탑리츠(2012년 1월), 모두투어리츠(2016년 9월), 이리츠코크렙(2018년 6월), 신한알파리츠(2018년 8월) 다섯개다. 미국의 상장 리츠가 211개이고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일본(63개)과 싱가포르(39개), 홍콩(12개) 등도 10여개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장 리츠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점차 규모가 대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리츠 시장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코스피 상장을 앞둔 롯데리츠의 시가총액은 859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1년에 상장한 에어리츠(240억원)과 이듬해 상장한 케이타비츠(439억원)을 훌쩍 웃도는 규모다. 지난해 상장한 이리츠코크렙(3934억원)과 신한알파리츠(3748억원)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덩치가 크다. 롯데리츠 말고도 연내 2개의 공모리츠가 추가로 상장할 계획이다.
KB증권은 "리츠가 대형화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수단으로서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라며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의 투자대상으로서 매력도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리츠가 이 같은 장점을 갖고 있으나 막연한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리츠 특성상 손익과 배당금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영업수익과 배당금의 변동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손익 및 배당금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임대료와 공실률을 꼽았다. 단일 임차인이 장기간 빌려 쓰는 리테일 리츠와 달리 오피스나 임대주택 리츠는 경기나 수급상황에 따라 임대료와 공실률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재산세나 보험, 수선유지비 등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라는 조언이다.